코로나에 브렉시트까지… 외국인 노동자 영국 탈출 러시

입력
2021.01.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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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시계탑 주변에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유럽연합 기가 걸려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시계탑 주변에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유럽연합 기가 걸려있다. AFP 연합뉴스

외국인 노동자들의 ‘영국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확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악화한 노동 조건을 피해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중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통계청 경제통계센터 분석을 인용,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간 외국인 노동자 130만명이 영국을 등졌다”고 보도했다. 런던에서만 절반이 넘는 70만명이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큰 업종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줄었다. 영국 정부가 고강도 봉쇄조치를 시행하자 숙박, 식당 등 접객업에서 15만8,000명의 비(非) 영국인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매업자 21만7,000명도 일터를 떠났다. 제조, 건설 및 운송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데이브 턴불 연합노조 환대책임자는 FT에 “호텔업에 종사하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직원 숙소에 머물렀지만 호텔 측의 감원 조치로 주거지에서 쫓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영국에 일자리가 남아있는 외국인들도 연말연초 자국을 방문한 뒤 다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 변이 바이러스 ‘진앙’이 되면서 여러 국가들이 문을 걸어 잠근 탓이다. 런던에서 근무하는 불가리아인 나디알카 본체바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려 고향을 찾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영국 변이바이러스가 창궐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도 탈(脫) 영국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부터 브렉시트가 발효되면서 EU 회원국 주민들도 제3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내 거주 및 노동의 자유가 사라졌다. 취업비자를 발급 받아야 영국에서 영리 행위가 가능하고, 또 현지에 머무르려면 신원 증명과 전과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숙련된 일자리의 경우 직업 관련 기술 수준과 영어 구사 능력, 임금 기준 등에 근거해 산출된 점수가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비자를 받을 수 있어 이민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영국에 거주하는 EU시민들의 연합단체 ‘300만’의 마이케 본 창업자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정착 지위를 얻지 못한 EU 주민들이 주거지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격한 외국인 노동자 이탈은 현장의 일손 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건설산업협회의 그레이엄 와츠 회장은 “많은 건설현장이 가용인원 이하로 가동되고 있고, 일부는 인력이 2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의류업체 ‘패션엔터’를 운영하는 제니 홀로웨이 대표도 “브렉시트 이후 기계공들이 이민법 규정을 맞추지 못하면서 숙련된 직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봉쇄 조치가 풀리면 노동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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