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 조치에 폭발한 네덜란드 시민들, 약탈·방화 '시가전'

입력
2021.01.26 16:09
수정
2021.01.26 16:3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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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등 전역서 사흘째 극렬 反봉쇄 시위
여행 금지, 통금 더해지자 정부 규탄하며 거리로
누적 확진 1억명 넘어... 유럽, 폭동 확산 전전긍긍

2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거리를 점령한 반봉쇄 시위대가 도로에 불을 지르는 등 경찰에 맞서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다. 에인트호번=EPA 연합뉴스

2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거리를 점령한 반봉쇄 시위대가 도로에 불을 지르는 등 경찰에 맞서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다. 에인트호번=EPA 연합뉴스

서유럽 네덜란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화약고가 됐다. 감염 확산을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국가적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정부의 장기 봉쇄 조치에 항의해 약탈, 방화 등 그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불법이 난무한다. 전 세계 확진 환자가 1억명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기세 등등한 코로나19에 맞서 자유를 원하는 ‘감염병 폭동’이 확산될까 유럽 전역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경찰은 수도 암스테르담과 제2 도시 로테르담, 헤이그, 에인트호번 전국 각지에서 사흘 연속 극렬 시위가 발생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지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령한 봉쇄와 통행금지에 반발하는 시위는 금세 폭동으로 번졌다. 전날 에인트호번 중앙광장에서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방화와 투석전이 벌어졌고, 상점 약탈도 잇따랐다. 23일에는 중부 위르크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소에 불까지 질렀다.

경찰도 강경 진압으로 맞섰다. 암스테르담 경찰은 중심가인 뮈세윔플레인(박물관 광장)에서 열린 반(反)봉쇄 시위에 물대포를 동원했다. 또 에인트호번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자 집회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영국 BBC방송은 “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참가자만 최소 25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통제 수위가 너무 지나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중순부터 학교와 비필수 상점 영업을 중단했다. 술집과 식당은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폐쇄됐다.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까지 더해지자 조치는 더 강경해졌다. 지난주에는 영국과 남아공 및 남미발 항공편을 금지했고, 23일부터는 오후 9시~익일 오전 4시30분 통금이 취해졌다. 2차대전 이후 야간 통금은 처음이라고 한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늦게 시작돼 불만은 가중됐다. 인접한 벨기에가 학교 운영을 재개하는 등 조금씩 통제를 푸는데도 정부의 실기(失期) 탓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인종차별 반대 등 ‘정치적 올바름’을 규탄하는 극우성향 시위대까지 가세하면서 폭력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페르트 흐라페르하우스 네덜란드 법무장관은 “코로나19 대응 반대가 아닌 경찰과 언론인, 의료진을 고의로 표적으로 삼는 범죄 행위”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암스테르담 시위대 중 일부는 반(反)이민 단체 페기다 지지자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프랑스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다른 유럽 국가들은 고강도 시위가 자국 젊은이들을 자극하지 않을까 바짝 경계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6일 오전 현재 글로벌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억28만여명으로 13개월 만에 1억명을 넘겼다. 사망자도 214만9,461명이나 돼 백신 접종 확대에도 당분간 감염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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