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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산 손실 회복, 부자 9개월 걸리는데 빈곤층은 10년

입력
2021.01.26 17:20

연구결과 수치로 드러난 '부의 양극화'
일자리 2억5000만개 증발... 청년층 타격 심각

베트남 흥옌성에 있는 한 의류 수출 회사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베트남 흥옌성에 있는 한 의류 수출 회사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부의 양극화’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감염병의 경제적 타격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경제력 차이가 급속도로 벌어지는 추세다. 고용시장의 불균형도 심화하는 등 사상 최대의 빈부 격차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전 세계적인 불평등 확산을 우려했다. 단적으로 세계 상위 부유층 1,000명은 자산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손실을 보기 전인 지난해 2월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빈곤 계층은 손실 회복에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 세계 10대 부호가 지난 한 해 벌어들인 돈(5,000억달러ㆍ554조원)은 지구촌 전체 인구의 코로나19 백신 비용을 부담하고도 남는 액수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가 2019년 7월 발표한 ‘글로벌 노동소득 분배’ 보고서(2017년 기준)에서 소득 상위 10%가 세계 전체 노동소득의 절반(48.8%)을 가져간다고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가속화시킬 게 확실하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코로나19는) 역사가 쓰인 이래 모든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평등을 악화시킨 최초의 감염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9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8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2019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8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일자리도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급격히 나빠졌다. 이날 IL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라진 일자리 수는 2억5,500만개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4배나 폭증했다. 노동시간도 2019년 대비 8.8% 줄어 3조7,000억달러의 근로소득 손실로 이어졌다. 또 남성의 실업률은 3.9%를 기록한 반면 여성은 5%를 나타내 여성의 경제적 피해가 더 컸다. ILO가 ‘봉쇄 세대’라고 칭한 청년층(15~24세)의 실업률 역시 8.7%로 나타나 성인(3.7%)을 훨씬 웃돌았다. 지역별로도 남미와 남유럽, 중앙아시아 등 빈국의 고용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ILO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올 하반기나 돼야 일자리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선진국과 빈국 사이에 불공정한 백신 접종 상황을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현재 보이는 경기 회복 징후는 고무적이나 사회ㆍ경제적 고통은 향후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위기 극복 동참을 호소했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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