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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으로 부활 노린 정의당, 김종철 성추행에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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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심지어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으로부터 세 번 연속으로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김종철 전 대표, 지난해 11월 23일 재보궐선거기획단 회의)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정의당에 치명상을 안겼다. 정의당은 지난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자기 진영의 성 비위에만 관대한 정치권의 '젠더 감수성'을 꼬집어 왔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뼈아프다. 지난해 10월 당선된 김 전 대표는 그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날 침통한 분위기의 정의당 내부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정의당 소속 한 보좌진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10시에 언론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그런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다른 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여성 의제에 적극 이야기를 하는 편이기도 했고,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쇄신하자고도 했다.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 중엔 직전 대표인 심상정 의원이 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장혜영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고 입을 열었다.
노동, 여성, 소수자 인권은 정의당이 선명한 주장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워왔던 분야다. 20대 국회 당시 정의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과 입법 공조를 이루며 '2중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평가는 지난해 7월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박 전 시장 조문 거부'를 기점으로 변화했다. 김 전 대표 본인도 불과 며칠 전인 2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울·부산을) 권력형 성범죄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그렇기에 정의당 내부의 안타까움은 더 크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당의 이미지가 이율배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받아야 할 비판이 있다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선 정당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이라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울먹였다.
이날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서 일부 당원들은 오히려 피해자인 장 의원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해자인 김 전 대표까지 성추행 사실을 시인했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장 의원의 박 전 시장 조문 거부 이력을 언급하면서 '당에 피해를 끼쳤다'고 2차 가해를 하는 이도 있었다.
지도부는 성추행 사건과 2차 가해 모두에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김 대표 직위해제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지도부는 당내 2차 가해에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의당은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2차 가해성 글을 삭제하고 있다. 김응호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피해자뿐 아니라 당 대표단, 가해자까지 2차 가해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사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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