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모자라니...'백신 추격자들'이 나타났다

입력
2021.01.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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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서 남은 백신 접종 노린 대기 행렬 등장
"백신 접종 시스템 형평성 고려해 재정비 해야" 지적

미국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에서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투여되고 남은 백신을 맞으려는 젊은층이 비공식 대기줄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취재 보도했다. LA타임스 캡처

미국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에서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투여되고 남은 백신을 맞으려는 젊은층이 비공식 대기줄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취재 보도했다. LA타임스 캡처

미국과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서둘러 맞으려는 신풍속도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백신 추격자들(Vaccine Chasers)'. 우선 접종 대상자들이 맞고 남은 물량을 노리고 병원 밖에서 줄지어 대기하는 이들이다.

미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LA카운티 일부 병원에서 남은(leftover) 코로나19 백신을 비공식적으로 맞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행운을 붙잡으려는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케드렌병원·발보아스포츠컴플렉스 등 소문의 진앙지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야영도 불사하는 이들 대기 인원 중 일부는 예약에 실패한 노인들이지만 대부분은 접종 우선순위 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젊은층이다. 이들 백신 접종소에서는 하루 40회분 정도가 65세 미만의 비의료 종사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 보건당국은 "대기 접종자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남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이들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또 다른 코로나19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케드렌병원이 위치한 LA남부 지역은 거주자의 97%가 라틴계와 흑인들로 중위 소득은 3만9,612달러다. 하지만 이들 대기 인원의 대부분은 백인이며 상당수의 '백신 추격자들'이 LA의 부촌인 웨스트사이드, 로스펠리즈, 토팽가 거주자들이었다. 대기 행렬 주변에는 고급 차량도 즐비했다. 이들은 인맥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 같은 백신 대기 접종 소식을 알게 됐다.

자신의 이름을 재스민이라고 밝힌 28세 여성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백신을 맞는 데 대한 도덕적인 비난보다 백신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백신 대기 접종 정보를 알게 됐다는 윌리엄 크라우즈(32)는 "내 연령대가 백신을 맞으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게 목표라면 남은 물량을 미리 맞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투약되지 않고 폐기되는 양을 최소화하고 형평성을 고려해 배포되도록 접종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트위터 이용자들은 "백신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이들 젊은층이 디지털 예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대기해 주는 것은 어떨까(@s************)", "이것은 수동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a******)", "모든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이 우리의 본성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D********)"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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