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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도 "우리 제품 우선 사라"... 트럼프와 다른 듯 닮은 '바이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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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에 정부 계약은 없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쇠락해 가는 제조업 부활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25일(현지시간)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은 그 첫걸음이다. 미국산 제품을 먼저 사용하라는 의미로 1933년 제정된 ‘바이 아메리칸 법’을 구체화한 개념이다. 법령은 당시 대공황 이후 미국산 생산품 구매 및 고용 증진을 위해 정부가 상품을 조달하거나 인프라에 투자할 때 자국 제품을 우선 선택지로 고려하도록 했다.
언뜻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아메리카 퍼스트’의 다른 버전처럼 보인다. 내용을 뜯어봐도 ‘트럼프 뒤집기’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정부를 계승하는 유일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 반도체기업 TSMC에 공장 신설을 압박하는 등 미국 내 생산기지 확충에 목을 맸다. 또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미국 기업 살리기에 올인했다. 트럼프의 행보는 2016년 대선에서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지지에 대한 보은 성격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역시 러스트벨트의 선택 덕분에 대권을 잡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제조업의 뒷받침은 경제 재건의 필수 조건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을 통해 미국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연방기관들이 구매하게끔 향후 4년간 4,000억달러(약 44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연구ㆍ개발(R&D)에도 예산 3,0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제조업계도 큰 기대감을 비치고 있다. 스콧 폴 미국제조업연맹(AAM) 회장은 24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프라와 연방 조달에 수조달러를 투자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은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스투모 ‘미국번영을위한연합(CPA)’ 대표도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 기고문을 통해 “정부 제품을 미국산으로 조달하는 이번 정책은 전기자동차 생산 등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문제는 동맹 관계의 악화다. 내수 활성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유럽 등 미국의 동맹 국가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명령이 시행되면 미 연방정부의 조달에서 외국 기업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 캐나다 등은 벌써부터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연방기관이 2019회계연도에 직접 조달한 제품ㆍ서비스는 5,860억달러(647조원)에 달한다. 거대한 황금 시장이지만 외국 기업들은 기회조차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고집한 자국 우선주의식 무역정책이 불러온 후폭풍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정책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동맹 협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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