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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때리기' 나경원 · '서울시장 경험' 오세훈 · '박원순 지우기'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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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소에서 누굴 만날 것인가. 이는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에게 핵심 전략이자 주요 승부처다. 24일 한국일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주요 야권 후보들의 초반 동선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동학대 등의 이슈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동선을 보면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위한 의지도 엿보인다. 국민의힘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와 구별짓는 정책을 부각시키고자 한다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경력' 시장으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비교를 주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 출신인 나 전 의원은 선거운동 초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최대한 부각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 14일 첫 행선지로 서울 금천구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한 아파트를 찾아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라는, 국민의힘 차원의 정책 메시지를 던졌다. 이 자리에서 나 전 의원은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사고,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은 빌리고, 집을 짓고 싶은 사람은 짓고,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은 팔 수 있게 해 드리겠다"고 했다. 임대차3법, 각종 부동산 규제, 세금 부과 등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정책을 하나하나 정면 비판한 것이다.
서울시장 '경력자' 인 오 전 시장은 실무 행정 경험을 강조하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18일 첫 일정으로 종로구 사직동을 찾아 '1인 가구 맞춤형 안심정책’을 첫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1인 가구 보호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2일에는 중랑구에 거주하는 노인 1인 가구를 방문해 고령층 1인가구의 어려움을 들었고, 24일에는 서울노인회를 방문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다양한 현안을 두루 다루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1호 공약인 '1인 가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순차 행보를 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오 전 시장 측은 이날 “10년 전과 달리 서울은 1ㆍ2인 가족 중심으로 변했다”며 “시행착오 없이 보궐선거 다음날부터 바로 일을 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새해 첫날 종로구 창신동 방문을 1호 행보로 삼은 안 대표는 ‘박원순 지우기’ 전략을 앞세웠다.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 현장인 창신동에서 안 대표는 "많은 혈세를 쏟아부었는데도 도시재생, 지역 발전, 주민 만족 모두 실패했다”고 각을 세웠다. 이후 행보에서도 박 전 시장의 시정에 대한 공세는 계속됐다. 지난 17일 종로구 사직 2구역 재개발지역을 방문한 안 대표는 또 다시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도시재생만 고집하다보니 안전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출마선언 장소도 이들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나 전 의원은 출마선언 장소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을 선택했다. ‘독하게 섬세하게’라는 구호를 내건 나 전 의원은 운동화를 신고 코로나19로 생계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형 시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출마선언 장소부터 강조한 것이다.나 전 의원 측은 "발로 뛴다는 걸 보여주면서 당선이 되더라도 시장실이 필요없는 시장이 되려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대표이지만 현역 의원이 아닌 안 대표는 국회를 출마선언 장소로 선택했다. 출마 메시지의 핵심이 ‘정부 심판’과 ‘야권 후보 단일화’였던 만큼 이를 상대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있는 국회를 출마선언 장소로 정한 것이다. 안 대표 측은 “장소의 상징성을 내세우는 건 오히려 옛날 방식”이라며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정에 대한 자신의 업적을 시민들에게 환기시키는 장소를 택했다. 그가 출마 장소로 선택한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은 그가 2009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조성된 시민공원이다.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업적 중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한 곳을 고른 셈이다. 과거 서울시장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을 향해 제기되는 '강남시장' 프레임에서 선제적으로 벗어나긴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지도가 있는 각계 인사들과 만나 세 과시를 하는 것도 주요 선거 전략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는 보수 학자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순 전 서울시장 등과 만남을 적극 공개하고 있다. 초반 여론조사 지지율은 앞서지만, '세(勢) 확산'에 불리한 소수정당 후보라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이라는 제1야당을 등에 업은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안 대표와 달리 유명인사들보다는 일반 시민들과의 만남에 치중하고 있다. 오 전 시장 측은 “(특정인과 만남을 공개하는 식의 메시지 노출은)일하는 시장이라는 컨셉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 자영업자 분들을 만나 그 자리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게 낮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만난 사실 정도를 공개한 나 전 의원 측도 “물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지만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 먼저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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