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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등교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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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삼한 추위도 지나가고 날씨도 제법 풀렸지만 ‘집콕 생활’에 지친 아이들의 낯빛은 요즘 유난히 창백해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탄력 적용되면서 학원이나 실내체육교실 등은 얼마 전부터 제한적으로 문을 열었으나 좀처럼 대문 밖을 나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내내 코로나가 야속할 따름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겨울방학이 지난해처럼 무한정 길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3월 2일 개학은 예정돼 있지만 등교가 가능할지는 안갯속이다. 지난해에 5차례 등교 개학을 연기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들이 갈팡질팡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방역 모범국이었던 싱가포르는 봄방학 직후 개학을 강행했다가 학교에서 확진자가 잇따르자 2주 뒤 재택수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높고 집단 면역을 추구했던 스웨덴은 학교 문을 활짝 열어놨는데 현재 53만명의 확진자와 1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학교 문을 닫아두기에는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최근 나온 연구들은 지난해 비등교 원격수업 전면화에 따른 학습 격차, 돌봄 격차의 실상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일 학술지 ‘공간과 사회’에 게재된 경기 부천시 초등학교 3곳 어린이(446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주택가격순으로 하루 평균 원격수업 시간이 155분, 127분, 83분으로 최대 2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반대로 하루 평균 게임에 쓰는 평균 시간은 78분, 105분, 110분으로 학습 시간과는 역순이었다. 단체생활 등 사회화 과정 습득이 중요한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는 온라인 수업만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소아감염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5~7월 코로나 확진 판정 청소년 127명 중 학교발 감염 사례는 3명(2.4%)에 그쳤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이 논문을 언급하며 교육 격차 문제를 학교 안에서 완화하자고 밝히는 등 정상적인 3월 등교 개학 분위기는 시나브로 무르익고 있다. 빈틈없는 방역 준비는 물론이고 개학 1주일을 앞두고 등교 개학 여부를 발표해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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