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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주 60시간 작업 괜찮나... 택배기사 과로 '절반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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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노동’ 논란을 일으키며 택배기사 과로 원인이 됐던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의 기본 업무범위에서 제외된다. 정치권 중재로 택배 업계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택배기사들이 27일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철회키로 해 설 명절 물류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주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한 근로자들과 달리 하루 12시간, 주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과로사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분류작업 비용에 따른 택배 요금 인상 가능성도 열렸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합의기구)는 21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7일 출범한 이 합의기구에는 택배업계 노사(CJ, 한진, 롯데, 로젠, 우체국)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참여했다.
핵심은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 기사가 아닌 업체 책임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하루에 많게는 5~6시간씩 걸리는 분류작업이 배송작업 담당자인 택배 기사에게 전가됐다. 배송 건당 돈을 받는 택배기사 입장에서 분류작업은 힘만 들고 돈은 안 되는 공짜 노동이었다. 특히 이런 분류작업은 배송 시간을 잠식해 과로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합의문은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 범위를 택배의 집화와 배송,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전산입력 등으로 명시했다. 이로써 기사별, 차량별로 택배를 분배하는 업무까지는 택배 회사의 일로, 자기 앞으로 분류된 화물을 차량에 싣는 상차 업무부터는 택배 기사의 일로 명확히 나뉘게 됐다.
현재 주요 택배 업체 중 CJ대한통운은 분류 자동화 설비가 이미 돼 있고, 나머지 업체는 분류작업을 위한 자동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자동화가 되기 전까지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하는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회사가 기사에게 지급하도록 합의문에 명시했다.
과로를 막기 위해 택배기사의 일일 최대 작업 시간은 12시간,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으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산업재해 관련 전문가들은 야간까지 무거운 짐을 나르는 택배기사의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시간, 주 6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과로사 예방에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오히려 이번 조치로 작업 시간이 전보다 줄어들어 택배기사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줄어드는 분류작업 시간만큼 배송 작업을 더 할 수 있어 수입 감소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9시 이후 심야 배송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하기로 했다. 단 설이나 추석 같은 성수기에는 오후 10시까지 배송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마켓컬리 등 온라인 업체의 ‘새벽 배송’은 자체 물류 센터를 두고 있어 이번 합의와 무관하게 새벽 배송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택배 기사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ㆍ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등이 합의문에 담겼다. 합의기구는 이런 합의 내용을 상반기 중 택배 업계 표준계약서에 반영해 구속력을 높이기로 했다.
택배기사들은 크게 반겼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진경호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가 도입된 지 28년 만에 택배 노동자들이 공짜 노동으로 해왔던 분류 작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벗어난 날”이라며 “분류 작업은 택배 사용자 책임임을 명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이 오는 27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설 물류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분류작업에 들어 갈 추가 비용이 택배비 인상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박홍근 의원은 “기존 택배비 2,500원 중 700~800원은 화주의 포장 비용으로 잡혀 있었는데 이런 포장 비용이 적정한지, 절감 방안은 없는지 등 요금 적정화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하기로 했다”며 “다만 연구 결과 현재 요금 구조에서 도저히 절감할 부분이 없다고 하면 택배비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류작업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화주 또는 소비자 중 한쪽이 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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