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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의 '평화 경험' vs 블링컨의 '핵실험 경험'...접점 찾을까

입력
2021.01.22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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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외교 정책이 잘 마무리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게 외교부 장관직을 맡긴 노림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외교정책을 이끌어 갈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의 카운터 파트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앉혀 외교부-국무부 채널을 보강하겠다는 것과 북미 정상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한 정 실장의 경험을 미 국무부와 공유하겠다는 복안이다.

블링컨 공직 생활 동안 北 핵실험만 3차례 겪어

문제는 양측 간 북핵정책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장 정 후보자와 그의 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이 겪은 북핵 경험 자체가 판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월 블링컨 지명자가 백악관 국가안보실 부보좌관직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15년 국무부 부장관에 부임한 뒤에도 4·5차 핵실험과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쇄 전략 도발에 대응해야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절최소 3차례의 북한 핵실험을 목도한 셈이다. 물론 2012년 핵동결과 식량지원을 맞바꾼 북미 2·29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로 불과 두 달 만에 합의가 산산조각난 기억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21일 "정의용 후보자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얻어 북미 정상 간 대화라는 전례없는 외교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데 불을 붙인 경험자지만, 블링컨의 경우 핵실험으로 시작해 북핵 합의가 파기되는 과정을 지켜본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정 후보자가) 노련한 외교관이지만, 트럼프-김정은 간 만남을 주선한 장본인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크다"면서 "블링컨 입장에선 한국이 이전 협상 패턴을 이어가자고 압박해 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용 '다자 외교 경험'이 의외 무기 될 수도

오히려 대북 정책이 아닌 글로벌 이슈에서는 정 후보자가 블링컨 지명자와 의외의 화학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정 후보자는 통상교섭조정관을 지내고 다자외교 중심인 제네바에서도 근무하는 등 통상과 다자 외교 경험도 풍부한 외교관"이라면서 "글로벌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을 적극 지원하며 신뢰를 쌓은 뒤 서서히 북핵으로 접근하는 우회 전략을 써봄직하다"고 했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번째 행정명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이었다.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와 방역문제 등 북핵보다 우선 순위가 앞서 있는 이슈에서 먼저 적극적 협력 경험을 쌓아 나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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