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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의 '평화 경험' vs 블링컨의 '핵실험 경험'...접점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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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외교 정책이 잘 마무리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게 외교부 장관직을 맡긴 노림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외교정책을 이끌어 갈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의 카운터 파트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앉혀 외교부-국무부 채널을 보강하겠다는 것과 북미 정상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한 정 실장의 경험을 미 국무부와 공유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양측 간 북핵정책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장 정 후보자와 그의 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이 겪은 북핵 경험 자체가 판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월 블링컨 지명자가 백악관 국가안보실 부보좌관직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15년 국무부 부장관에 부임한 뒤에도 4·5차 핵실험과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쇄 전략 도발에 대응해야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절최소 3차례의 북한 핵실험을 목도한 셈이다. 물론 2012년 핵동결과 식량지원을 맞바꾼 북미 2·29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로 불과 두 달 만에 합의가 산산조각난 기억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21일 "정의용 후보자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얻어 북미 정상 간 대화라는 전례없는 외교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데 불을 붙인 경험자지만, 블링컨의 경우 핵실험으로 시작해 북핵 합의가 파기되는 과정을 지켜본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정 후보자가) 노련한 외교관이지만, 트럼프-김정은 간 만남을 주선한 장본인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크다"면서 "블링컨 입장에선 한국이 이전 협상 패턴을 이어가자고 압박해 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대북 정책이 아닌 글로벌 이슈에서는 정 후보자가 블링컨 지명자와 의외의 화학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정 후보자는 통상교섭조정관을 지내고 다자외교 중심인 제네바에서도 근무하는 등 통상과 다자 외교 경험도 풍부한 외교관"이라면서 "글로벌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을 적극 지원하며 신뢰를 쌓은 뒤 서서히 북핵으로 접근하는 우회 전략을 써봄직하다"고 했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번째 행정명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이었다.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와 방역문제 등 북핵보다 우선 순위가 앞서 있는 이슈에서 먼저 적극적 협력 경험을 쌓아 나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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