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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는 가고, ‘Usa’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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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20일(현지시간) 열린 59번째 미국 대통령 취임식 주인공, 조 바이든은 46대 대통령이다. 취임식 횟수와 숫자가 안 맞는데, 그 불일치마다 사연이 있다. 1841년 취임한 9대 윌리엄 헤리슨 대통령이 쌀쌀한 날씨에 2시간 넘게 취임 연설을 한 후 폐렴에 걸려 한 달 여 만에 숨지자, 후임 존 타일러 대통령이 공식 취임식 없이 업무를 시작한 것이 그 첫 번째다. 미 대통령 취임식 하이라이트인 취임 연설 중에는 후대에 남을 명언도 여럿이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취임사 중 “정부는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정부다”라는 대목은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 20분간 이어진 바이든 새 대통령 취임사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통합ㆍUnity’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인종차별적 정책과 언사를 지속해 오면서 악화한 국내 분열과 지난주 의회 의사당이 폭력 점거된 사건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주문이다. 이와 관련 취임사 중 눈에 띄는 문장은 “극우ㆍ극좌, 백인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같은 도전을 극복하려면 말만으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요구된다. 통합, 통합이다”를 꼽을 만하다
□ 4년 전 같은 연단에 섰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정반대다. 그는 “잊혔던 사람들이 더 이상 잊히지 않게 하겠다”라며, ‘워싱턴 사람들’ ‘기득권층’과 ‘미국인’을 분리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오직 미국이 최우선입니다.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이라고 선언한다. 미국 공식 국호 ‘미합중국ㆍUSA(United States of America)’를 놓고 볼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미국ㆍAmerica’를 최고 가치로 놓고 있다. 반면 바이든 새 대통령은 ‘통합ㆍUnited’를 앞세운다.
□ 이런 차이는 바이든이 취임사 말미에 할애한 외교정책에도 드러난다. “우리는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우리는 단지 ‘힘을 과시’(example of our power)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범’(power of our example)이 돼 세계를 이끌 것이다.” 이는 과거 오바마 정부가 추구한 외교 원칙인 ‘소프트 파워’로의 회귀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 중국 관계는 트럼프의 강경 노선을 유지하기로 하는 걸 보면 바이든 정부의 ‘통합’이 우리에게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언제나 말은 상대를 이해하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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