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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의 피·땀·눈물 "월 100만, 200만, 700만원을 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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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에게 들었다
당신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피·땀·눈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중 수십, 혹은 수백만원을 늘 떼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제9조)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업장은 다르지만 고(故) 김용균씨와 같은 업체 소속, 같은 일(연료·환경설비 운전)을 하는 하청노동자 김희철(20대 중반·가명)씨. 그의 월급은 210만원(이하 세후기준)이다. 도급비를 알지 못해 정확치는 않지만, 그의 노동의 대가인 월 100만원이 소속 업체 주머니로 들어간다.
은행 경비원 한재민(가명·46)씨의 월급은 220만원이다. 2년 전, 월급이 190만원 정도일때 은행 서무차장이 보여준 명세서에 한씨의 노동 대가는 월 320여만원이었다. 소속 용역업체가 매월 100만원 이상을 떼 가는 것이다.
더한 경우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방사선 안전관리원으로 일하는 김상훈(가명·33)씨. 한수원은 그가 소속된 용역회사에 노동자 1인당 연 1억2,000여만원을 준다. 용역회사는 그에게 월급 300만원을 주고 나머지 700만원을 챙긴다.
중간착취, 이를 설명하는 용어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입해 노동자가 받아야 할 몫의 일부를 공제해서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위다. 근로기준법(9조)은 법에 의하지 않는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을 인터뷰하고, 노동시장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살인적인 중간착취에 신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60만원, 90만원, 100만원, 200만원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왔다. 월급은 고작 170만원 안팎을 받은 이들이 상당했다. 우리 곁에서 늘상 벌어지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중간착취의 지옥도(地獄圖)이다.
파견·용역 노동자는 관련 법에 중간착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며, 100만원 중 90만원을 떼여도 불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수십개 직업의 노동자들은 악랄한 형태의 중간착취를 겪고 있었다. 콜센터 상담원, 경비원, 청소노동자, IT개발자, 자동차 부품 제조 노동자, 폐기물 수거 노동자, 조리원, 생활용품 제조 노동자 등을 망라한다. 플랫폼 노동자, 날마다 인력사무소에서 일감을 구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도 마찬가지. 건설 일용직 노동자 이상진(가명·33)씨는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구했을 때 일당 15만원 중 5만원을 떼였다”고 했다. 직업안정법상 인력사무소는 구직자에게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1%(구인자에게는 10%)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10명 중 4명은 얼마를 떼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중간착취 금액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33%, 여러 정황을 토대로 추정치만 안다고 답한 비율은 24%,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43%였다. 파견법은 노동자가 요구할 경우, 떼이는 금액을 알려주게 돼 있지만 고용불안에 시달려 제대로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실제 김용균씨 사건 또한 김씨가 사망하고 사회 문제가 된 뒤에야 그가 당한 중간착취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노조측에 따르면, 도급계약을 토대로 한 김씨의 직접노무비는 522만원, 하청의 착복금액은 311만원에 이르렀다. 파견·용역의 원가 자체가 쉽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살인적인 중간착취가 아무 제약 없이 계속될 수 있다.
파견·용역 단가는 노무비 외에 운영비용인 관리비 등도 포함하지만, 관리를 제대로 해주는 업체는 거의 없었고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관리비 부문도 중간착취 금액으로 느끼고 있었다. “업체가 하는 일은 월급 주는 것 밖에 없다”(사무직 김형탁씨), “은행 부장님이 알려주기 전에 용역업체 소속인지도 몰랐다”(은행 경비원 신혜성씨)고 했다.
원청들은 이런 중간착취의 행태를 방조·용인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청 입장에서는 그 정도 인건비로 직접고용을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건, 단순 인건비 때문은 아니고 미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쉽게 해고할 수 있고, 노조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구조에서 원청은 노동자에 대해 '책임질 법적 의무가 없다'고 말하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도급업체는 '우리는 권한이 없다'고 한다"며 "결국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인터랙티브]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indirect_la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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