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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에 투입된 아프간 민병대... 발걸음 뗀 '평화 협상'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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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 24시간 뉴스채널 ‘톨로뉴스’의 대표 기자 롯풀라 나자피자다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시리아 내전에 투입된 친(親)이란 아프간 민병대 ‘파테미윤’ 부대를 아프간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내용이다. 자리프 장관의 말이 나오게 된 질의ㆍ응답 과정을 축약해 인용해 보자.
기자 : “이란은 왜 아프간인들을 시리아 전쟁터로 보낸 겁니까?”
장관 : “우리는 누구도 시리아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신념을 위해 싸우러 갔고 일부는 아프간 국기를 군부대에 내거는가 하면 아프간 대통령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파테미윤 부대는 다에시(DaeshㆍIS의 아랍어 표현)와의 전투에서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한 부대입니다. 아프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그들을 다시 재 조직화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파테미윤 부대는 시리아 내전에서 싸우는 여러 이슬람 시아파(시아) 민병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아프간 시아 커뮤니티인 하자라족(몽골계)으로 구성됐고, 다수는 이란에 체류하던 아프간 난민들이다. 또 다른 일부는 아프간 내 하자라족 중에서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에 ‘시아 성전, 성지 보호’를 명분으로 선발됐지만, 전장 한 복판으로 뛰어든 셈이다.
파테미윤 부대의 공식 창설은 2014년 11월쯤이다. 다만 시아 민병대 역사는 훨씬 길다. 해외전투 참가는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간 하자라들은 그 때도 이란 편에서 싸웠다. 실제 파테미윤 부대 창설에 결정적 역할을 한 총사령관 알리 레자 타바솔리는 아프간 하자라 출신으로 이란ㆍ이라크전도 경험한 전투 베테랑이다. 아프간 모든 종파와 종족이 헤쳐 모여 수도 카불이 쑥대밭이 되도록 치고 받았던 1990년대에도 마찬가지다. 당시 내전의 적극적 주체였던 하자라 무장정당 ‘헤즈베 와흐닷’은 1989년 이란의 지원으로 결성됐다.
아프간 전문기자이자 세계적 베스트 셀러 ‘탈레반’의 저자인 아흐마드 라쉬드는 1990년대 모든 아프간 종족들이 어떤 예외도 없이 상호 인종청소에 가담했다고 단언한다. 또 다시 아프간에 종파와 종족 혹은 정파로 갈린 무력분쟁이 발발하면 1990년대가 21세기 버전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0년대는 IS라는 희대의 극단주의자들이 중동ㆍ북아프리카(MENA)는 물론 아프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다. 지금도 아프간 사회 곳곳은 무장돼 있다. 아프간 사회가 자리프 장관의 파테미윤 재무장 발언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절박한 난민들을 전장의 ‘총알받이’로 내몰았다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파테미윤 부대가 지닌 최대 맹점이자 태생적 한계를 말해준다. 동시에 이 부대가 머리 수 채우기를 넘어 진화 양상을 보이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이란 정부에 비판적인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는 2018년 10월 보고서에서 “파테미윤 부대는 본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사이예다 자이납 시아 사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결성됐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규모는 시리아 전역으로 배치될 만큼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이란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사원에서 있었던 ‘1차 파테미윤 국제컨퍼런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들은 회의의 궁극적 목표를 “예루살렘 해방과 중동지역에서의 미국 축출”로 제시했다. 일종의 ‘파테미윤 전우회’ 형식으로 구성체를 유지하되, 훗날 재조직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파테미윤 창설부터 부대를 거쳐간 아프간인은 대략 2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000명 미만 부대원이 현재 시리아-이라크 국경지역 데이르에조르에 캠프를 두고 이 일대를 중심으로 재부상 중인 IS 격퇴 작전에 관여하고 있다. ‘시리아 사막’으로도 알려진 데이르에조르는 이따금 이스라엘의 폭격 대상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 공격은 1월 13일 있었다. ‘반(反) 이란’ 논조가 강한 이스라엘 보수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같은 날 이스라엘 공습기가 데이르에조르 및 이라크 국경과 가까운 알부카말타운의 파테미윤 부대 무기창고를 공격했다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IDF) 참모총장인 아비브 코차위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여러 부대 초소는 물론 모든 전선에 걸쳐 총 500차례 이상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공습은 공교롭게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이 알카에다를 숨겨주고 있다’고 주장한 다음날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막판을 이란을 향한 날 선 비난으로 보낸 폼페이오 장관의 행보와 여러 전장 상황은 파테미윤 부대가 ‘이란 대 이스라엘+미국’이라는 국제분쟁의 현실에 노출돼 있음을 증명한다.
안보, 외교,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첨예한 갈등 관계에 있는 이란은 올해 5월 예정된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에서 보다 강화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시리아-레바논(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 벨트, 이른바 대미 ‘저항의 축’이 이란 동쪽 아프간까지 확장하는 데 파테미윤 효과가 있다. MENA 지역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뤄온 온라인매체 인사이드 아라비아는 2019년 분석 기사에서 “파테미윤 부대가 아프간에 재배치될 수도 있는데, 만에 하나 워싱턴과 테헤란간 전쟁이 발생하면 부대가 대미 전선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막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아프간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아프간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전쟁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자체적으로 2019년 1월 파테미윤 부대를 “대테러 대상 및 반인권 조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약 1만명(2019년 4월 기준)으로 추산되는 파테미윤 귀환 병사들은 과거 참전 경력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IS 격퇴전에 참여한 이들의 존재 만으로도 시아 커뮤니티를 향한 IS의 종파 테러는 벌써 시작됐다. 2019년 5월에는 아프간 서부 헤라트 지역의 자와디아 시아 모스크에서 IS 대원의 총기 난사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당 모스크는 2017년 8월에도 IS 자살폭탄 공격을 받았다. 탈레반 1기와 달리 2002년 이후 종파 폭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아프간 사회도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는 지난해 5월 정점을 찍었다. 영아 2명을 포함, 13명이 숨진 카불 산부인과 병원 테러는 누구도 소행을 밝히진 않았으나 IS가 배후로 강하게 의심됐다. 병원이 위치한 다슈체발치 구역이 시아 거주지인데다, 이미 IS의 공격이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장기 전쟁터이자 40여년간 각기 다른 전쟁에 지칠대로 지친 아프간은 이제 막 ‘내부 평화협상’이란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더 이상 국제분쟁의 대리 전장이 되거나 증오로 점철된 종파 폭력에 죄 없는 국민이 희생되는 비극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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