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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지원금 신경전 뜨거워 진다

입력
2021.0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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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선 예비 후보들, 재난지원금으로 연일 신경전
날카로워진 이낙연·정세균, 부드러워진 이재명?
경제 이슈 선점·대권 경쟁 주도권 쥐려는 전략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여권의 대선 후보 잠룡들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여권 내 재난지원금 관련 논쟁을 정리한 뒤 목소리 톤은 좀 낮아졌지만 도리어 긴장감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으로 선별과 보편 어떤 것으로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고, 선을 그을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재난지원금으로 세 사람의 차별화 전략, 나아가 차기 대권 후보를 향한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차기 대선에선 경제 위기 해결 능력이 중요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원금 문제가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밝힌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못골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밝힌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못골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정 총리의 의견을 반박하며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다만 특유의 날선 표현은 쓰지 않았다. '보편적 지급은 이르다'는 정 총리와 이 대표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며 최대한 부드럽게 반박했다. 앞서 사면론을 두고 문 대통령을 비판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 "그런 저주의 언어로 국민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겠느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이라고 거친 표현을 썼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지사는 "선별과 보편 지원 중 어떤 게 반드시 옳다. 어떤 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며 "정부 지원을 못 받는 분들에 대해 보편 지원이 필요하고, 방역도 방해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다만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었냐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또 "정부에서 선별해서 피해가 큰 영역에 대해선 특별히 선별 지원을 하니, 저희는 이에 맞춰 선별되지 못한 사람을 포함한 일반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게 균형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자체적으로 보편 지원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명분도 확보하면서 정부의 선별 지원 방침에 대해서도 명분을 세워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 "차등지원이 옳아...피해 큰 쪽은 따로 보상할 것"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핸드폰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핸드폰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세 사람의 어조는 차이가 있었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강세를 보이는 이 지사는 여유를 보인 반면, 사면 논란 이후 지지율이 빠지며 하락세를 보이는 이 대표는 날카로웠고, 두 주자 사이 빈틈을 노려야 하는 정 총리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정 총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는 방역이 우선 아니냐. 지금 3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아니냐"며 "그러면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한테 지원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 지사의 보편적 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선 "모든 국민에게 다 지원을 하는 건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하는 경우"라며 "지금 상황에선 차등 지원을 하는 게 옳다. 피해를 많이 본 쪽부터 지원하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정 총리는 다만 "(선별적 지급을 하되 여력이 되는 지방정부는 추가 지원을 하면 된다고 한) 대통령님 말씀에 공감한다"며 "여력이 있는 지방정부가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 지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하면 이재명 지사의 자체 지원금 지급은 가능하다면서 이 지사의 손을 들어주는 듯 하면서도, 차등 지원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은 꺾지 않은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 지사가 주장하는 보편적 지급은 맞지 않다는 게 총리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 총리는 대신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손실을 본 부분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선별적 지급을 주장했지만, 피해가 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매주 월요일 대통령께 주례 업무 보고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도 대통령님과 여러 번 논의를 해 공감대가 만들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제도화를 적극 추진할 작정"이라며 "지금은 어떻게 제도화할지 정부도 연구하고 있고 국회에도 법안이 나와 있는 상태라 가능하면 상반기 중에 그런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처음으로 이재명 작심 비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뉴시스

이 지사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이 대표는 한층 강한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는 이 지사가 도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는 건 모순적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당 지도부가 경기도에 '지급 시점을 조절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 지사가 10만원 지급을 강행하자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1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며 "그런 상충이 없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유독 말을 아꼈던 이전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이 대표가 공개된 자리에서 이 지사를 대놓고 비판한 건 대표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라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일부에선 이 지사와 대립 각을 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동시에 이 지사가 방역을 우선하는 여당·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란 관측을 내놨다.

지난해 7월 30일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지사와 만나 간담회를 갖기 전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7월 30일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지사와 만나 간담회를 갖기 전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이 대표께서 특정한 표현으로 충고해 주셨다"며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이 대표께서도 소비 진작을 위해 (19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빵집에 가서 빵을 사는 인증 사진을 찍었다"며 "(경기도도) 방역을 방해하지 않고 충분히 소비를 할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및 소비 과정에서 방역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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