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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화' 된다더니… 결국 떠나는 최장수 장관 강경화

입력
2021.01.20 14:30
수정
2021.01.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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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5일, 청와대에서 제3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자들을 접견하기 위해 입장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5일, 청와대에서 제3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자들을 접견하기 위해 입장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차기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이른바 ‘오(五)경화’ 예측이 불발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수장인 강경화 장관이 문 대통령과 5년 임기를 함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오경화’ 또는 강 장관의 성 이니셜을 딴 ‘K5’란 말이 돌았었다.

‘강경화 5년 재임설’은 지난달 4일 문 대통령이 ‘원년멤버’였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더 유력해졌다. 현 정권 출범과 동시에 장관직에 오른 원년멤버 가운데 강 장관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해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권에서 제기됐던 ‘4ㆍ15 총선 차출설’도 마다했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북미, 한미관계를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해 외교 수장을 유임시킬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선택은 정권 초기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협상과 한미 현안에 깊숙이 관여해 온 정의용 특보였다.

청와대가 2018년 9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3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3일간의 생활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B컷'을 공개했다. 사진은 유엔본부에서 행사를 기다리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2018년 9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3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3일간의 생활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B컷'을 공개했다. 사진은 유엔본부에서 행사를 기다리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17년 5월 정권 출범 직후 문 대통령의 강 장관 발탁은 파격 그 자체였다. 70년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인데다 비(非) 외무고시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유엔에 몸담아 ‘4강 외교’ 경험이 전무한 것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에 당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외교는 장관 혼자가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1ㆍ2차장 등 팀을 이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보완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청와대 주도로 북핵 이슈를 끌고 가면서 2018년 남북미 협상이나 북미회담 등에서 강 장관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로 인해 불거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 신경전 등 한일갈등 국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등 외교부의 잇단 성 비위에 대한 늑장 대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속에서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여행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코로나19 국면에서 강 장관의 외교적 활약은 돋보였다. 코로나19 초기, 각국이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자 강 장관이 유창한 영어로 외신 인터뷰에 적극 임하며 K방역 성과를 널리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내부적으로는 강 장관이 취임 당시 ‘여성관리자 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며 내세운 ‘외교부 혁신 로드맵’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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