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으로 끝난 트럼프 시대… 신당 만들어 재기 모색?

입력
2021.01.21 00:10
수정
2021.01.21 00: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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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업적 목록에?
기수단, 군악대, 예포 등 국빈예우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인 19일 백악관에서 고별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인 19일 백악관에서 고별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무리는 역시나 ‘자화자찬’이었다. 마지막 연설의 상당 부분을 재임기간 성과를 자랑하는데 썼다. 한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주요 치적 리스트에 올랐다. ‘국빈방문’급 예우를 요구하며 그는 후임자 취임식도 거른 채 4년간 머물렀던 워싱턴을 떠났다.

19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고별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새 행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길 기도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단, 후임자인 조 바이든의 이름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장녀 이방카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신께서 지혜와 용기와 힘을 주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지지자들과 새 정치를 이끌어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나머지는 ‘셀프 칭찬’으로 채워졌다. 원고지 8매 분량, 19분47초 길이 고별 영상의 절반쯤 된다. △감세 △규제 철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이 쉴 새 없이 열거됐다. “한국과의 일방적인 거래(방위비분담금) 재협상”도 업적으로 꼽았다. 자신이 나서 방위비 협상 합의를 막았고 결과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됐다는 주장이다.

“수십년 만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 된 것이 특히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미국사회 갈등의 골은 깊어졌을지 몰라도 과거 행정부와 달리 전쟁이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미국이 끔찍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처했을 때 두 가지의 백신을 기록적인 속도로 개발했다. 의학적 기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미 언론 역시 끝까지 냉소로 일관했다. “대선을 도둑 맞았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워싱턴포스트)” “뻔뻔스러운 정치적 접근법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CNN방송)” 등 아름다운 결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국제공항을 출발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국제공항을 출발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자체 송별식을 가진 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개인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州)로 향했다. 152년 만에 후임자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통령이다. 그는 기지 송별식 연설에서도 “새 행정부의 큰 행운과 성공을 기원한다. 나는 그들이 큰 성공을 거둘 거라고 생각한다”고 덕담했다. 다만 역시 바이든 당선인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최후 행사와 서비스도 화끈했다. 트럼프 측은 기수단과 군악대, 레드카펫, 21발의 예포 등 국빈방문 출국 행사에 맞먹는 예우를 요구했다고 한다. CNN은 “트럼프가 권력을 마지막으로 맛보려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메모를 남겼다고 전했다. 다만 그게 전임 대통령들이 후임자의 성공을 바라며 남기는 손편지의 격식을 지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WP는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측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73명을 사면하고 70명을 감형했다. 배넌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다만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한 ‘셀프 사면’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기반이 몰려 있는 플로리다에서 재기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 측근들과 신당 창당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패트리엇 파티(애국당)’라는 구체적 신당 이름까지 거론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것”이라며 정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WP는 전했다.

허경주 기자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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