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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위기에 취임한 바이든 "감염병 위기 물리치고 미국을 복구할 것" 희망론 발신

입력
2021.01.2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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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주 4년 넘어 찢겨진 미국사회 넘겨받아
'하나된 미국'과 '세계 모범 국가' 복원 무거운 과제
코로나 희생자 추모, '트럼프 뒤집기' 행정명령 개시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 19일 델라웨어주 뉴캐슬 주방위군 사령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정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한 뒤 제46대 대통령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뉴캐슬=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 19일 델라웨어주 뉴캐슬 주방위군 사령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정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한 뒤 제46대 대통령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뉴캐슬=AFP 연합뉴스


“감염병을 물리치고, 미국을 복구하겠다.”

조 바이든(79)이 20일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취임 선서 뒤 취임연설을 통해 그는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물리치고 더 나은 모습으로 재건하겠다. 그리고 국가를 통합하고 치유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40만명 넘는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백신 접종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4년 동안 서로 배척하고 둘로 찢겨 버린 이민자의 나라를 다시 하나로 합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 폭주가 끝나는 날 그는 ‘하나된 미국’과 ‘세계에 모범이 되는 미국’을 천명했다. 경제난에 따른 실업률 6.7%,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로 무너진 미국 민주주의 전통까지 그의 앞에는 무거운 난제들이 놓여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을 감안한 듯 취임 하루 전 그는 “어두운 시기지만 언제나 빛은 있다”고 희망론을 띄웠다.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19일 델라웨어주(州) 자택을 출발해 워싱턴에 도착했다. 이날 저녁 시내 내셔널몰에서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행사 참석으로 취임 전야제를 대신했다. 그는 “우리는 치유하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기억하는 것은 때로는 힘들지만 그것이 우리가 치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희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치유에 나서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는 취임식 당일엔 ‘통합’을 강조했다. 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행사 전 바이든 대통령은 세인트매슈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을 초청했다. 지난 4년간 격하게 대립했던 정치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화합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는 취임선서 직후 행한 취임사에서도 미국의 단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국회의사당 건물을 20일 새벽 내셔널몰에서 바라본 모습.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국회의사당 건물을 20일 새벽 내셔널몰에서 바라본 모습. 워싱턴=UPI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알링턴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백악관에서 17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일정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행정명령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연방기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주택 퇴거 및 학자금 대출 중단 보류 조치가 포함됐다. 또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이슬람권 국가 입국 금지 조치 철회,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중단,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등의 행정명령과 미국 내 미등록 이민자가 시민권을 얻기 쉽도록 하는 이민 개혁법안 공개 등의 조치도 있었다. 트럼프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 반대로 하기)’ 기조를 예고대로 실천한 셈이다.

하지만 취임 첫날부터 순탄치 않은 상황도 바로 마주했다. 이날 의회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인선한 국무ㆍ국방ㆍ재무ㆍ국토안보장관과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 5명의 바이든 행정부 핵심 인사 상원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문제는 20일 취임 전까지 1명도 인준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짐 매티스 국방,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2명이 취임 전 인준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6명이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불복과 탄핵 절차 등으로 인준 일정이 지연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1조9,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가 경기부양안도 발표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상원 탄핵 인준 절차도 진행돼야 한다. 의회, 특히 공화당과의 협치가 요구되고, 민주당 내 진보 그룹의 지지도 얻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기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을 출발,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송별 행사를 마친 뒤 새로운 주소지인 플로리다주에 안착했다. 임기 종료 12시간을 남겨두고는 핵심 측근이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롯해 73명을 사면하고 70명을 감형하는 무더기 조치를 강행했다. 고별 연설에서는 “다른 행정부였다면 3년, 4년, 5년, 아마 10년 가까이 걸렸을 일을 우리는 9개월 만에 해냈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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