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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파리협약' 복귀...중국이 더 박수치는 3가지 이유

입력
2021.01.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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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중국 때리기’ 벗어나려 美와 접촉면 확대
②1경4,000조원 효과, 中 경제 이끌 원동력
③리더십 확보 기회, 국제기구서 잇단 호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1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경제대화 당시 부통령과 부주석으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1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경제대화 당시 부통령과 부주석으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 배출 2030년부터 감소, 2060년에는 중립. 중국은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와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거듭 강조한 청사진이다. 링을 꾸렸으니 경기 흥행을 위해 선수를 끌어들일 차례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는 미국이다.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복귀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중국이 반기는 이유다. 국제사회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파리협약 카드를 꺼낸 바이든의 구상에 맞서 중국도 다양한 전리품을 노리며 미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①美와 깊숙이 엮여야 ‘중국 때리기’ 벗어나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조 바이든이 19일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DC로 떠나기 직전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주방위군사령부 야외에서 진행된 고별 연설 도중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을 언급하다 울컥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캐슬=로이터 연합뉴스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조 바이든이 19일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DC로 떠나기 직전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주방위군사령부 야외에서 진행된 고별 연설 도중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을 언급하다 울컥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캐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갈등 수위를 낮추려는 중국의 급선무는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 1년간 양국 정부 간 고위급 교류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지난달에는 남중국해 문제를 다룰 군사해양안보협력(MMCA) 회의마저 22년만에 처음 중단됐다.

트럼프 정부는 철저하게 아웃복서 스타일로 거리를 두며 ‘중국 때리기’ 강도를 높였다. 심지어 상호의존을 끊자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주장이 난무했다. 양국의 적대감이 커지고 이해관계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긴장이 고조돼 중국은 궁지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파리협약은 미중 관계의 새로운 가교나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 1ㆍ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협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ㆍ정치 현안에 비하면 전략적 부담도 덜하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도전에 맞서 협약에 복귀하려는 미국 새 정부를 환영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를 다룰 유엔 당사국총회는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다. 쑨싱제(孫興杰) 정치평론가는 20일 국무원 발간 월간지에 “기후변화 의제를 통해 양국 관계의 심도 있는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경제효과 1경4,000조원…중국의 ‘황금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2일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2일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중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다. 2028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경제를 지탱할 새로운 원동력이기도 하다.

중국투자협회는 지난해 11월 ‘청서’를 통해 2050년까지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장규모를 15조위안(약 2,547조원), 인프라 투자액을 70조위안(약 1경1,885조원)으로 추산했다. 합하면 1경4,432조원에 달한다. 에너지 구조 전환과정에서 3,00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이위안(韓一元) 연구원은 “중국은 일찌감치 녹색성장과 저탄소분야에서 발전 기회를 찾아 세계 최대의 청정 에너지원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③코로나 백신으로는 부족한 국제사회 리더십 확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몽니에 아랑곳없이 중국은 파리협약을 줄곧 지지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국제사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물자를 전 세계 200여개국에, 백신을 20여개국에 수출했지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중국 책임론’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은 인류 공동의 과제라는 ‘명분’을 갖췄다. 따라서 중국의 야심이라고 비판 받는 일대일로(육상ㆍ해상 실크로드)와 달리 개도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또 하나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중국의 전략은 일단 주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중국은 파리협약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일관된 약속과 행동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치켜세웠다. 페트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도 “중국 기술 덕분에 태양광 가격이 낮아져 세계적으로 설비를 늘리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성과가 현저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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