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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 자율이라며 콕 집나" 당정 뜨거운 이상론에 얼어붙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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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배달앱 서비스업체 도어대시는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자 지난해 4월13일부터 5월말까지 제휴 식당 15만여곳에 서비스 수수료를 50% 이하로 낮췄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이익 일부를 어려움을 겪는 식당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취지였다. 수수료 인하로 도어대시는 1억달러(약 1,200억원) 넘는 손실을 입었다. 도어대시는 이미 작년 3월에도 1억달러 규모의 수수료와 가입비를 면제해줬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의 이상적인 모델로 꼽는 사례다. 실제 당정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연일 이익공유제의 시대적 당위성과 이상론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반면 재계와 야당은 이익공유의 반 시장적 측면을 역설하며 현실론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의 공방 속에 "자발적 참여"라는 전제가 차츰 '반강제'로 흐르는 조짐도 감지된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코로나19로 혜택을 본 계층과 업종이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며 이익공유제 공방에 불을 지폈다.
비대면 산업 등 코로나19가 성장의 발판이 된 분야의 이익은 증가한 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벼랑에 내몰리는 등 위기마저 불평등한 모습을 보이자 "이를 해소해 사회ㆍ경제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꺼낸 담론이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다는 여권의 이상론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만들어 소상공인 등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상론에 맞선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야당은 진작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경제 주체의 팔을 비틀어 이익까지 환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고, 배준영 대변인은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에선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기업이 코로나19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따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한다. 주주의 재산권 침해도 우려 대상이다.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데 대한 근본적인 반감이다. 선한 의도라도 기업의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자칫 경영진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반강제적 이익환수’ 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고,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보다 더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강압’이다. 여당에선 '이익공유를 기업에 강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경영계는 사실상 반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종 규제 법안을 단독으로도 만들 수 있는 민주당과 규제ㆍ감독 기관(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최근 여당 인사들이 ‘플랫폼 기업’ '은행' 등으로 대상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업계에선 압력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여권에서는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기업으로 반도체ㆍ가전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기업 등이 거론돼 왔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은행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된다”며 은행권도 새롭게 겨냥했다.
이 같은 반대와 우려에도 민주당 내에서는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지고 있다. 가령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은 플랫폼 기업이 자영업자ㆍ배달업자의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이 기금 조성을 거론하면서 사회적 기금 조성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 ‘착한 임대인’ 운동처럼 기부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세액공제 등을 통해 동참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부유세나 사회연대세, 재난세 같은 한시적 세금을 거두는 방안도 논의된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이라도 참여 기업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양보를 통해 생태계 자체를 키운다는 면에서 플랫폼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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