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현 정부 총장"이라며 정치행보 우회 경고한 文 대통령

"정치 염두에 두고 총장 한다고 생각 안 해”
"정치적 의도 갖고 수사 말라" 경고 해석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안 질문을 하기 위해 번호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윤 총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경고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한 평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를 놓고 협력하는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있어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관점의 차이나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국민들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다시 없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의 갈등을 대통령의 정치력으로 풀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청구를 밀어붙였으나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을 두고도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원리가 아주 건강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부 기조에 반대한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해결과정을 지켜봤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징계를 주도한 추 장관에 대해선 비판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기제가 없다면 총장에 대한 징계가 필요 없는 것이다.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면 되니까”라면서 “총장 임기제가 보장되기 때문에 총장은 파면이나 징계에 의한 방법으로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게끔 제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총장 임기제와 징계는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추진이 도를 넘어선 결정은 아니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다만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마치 개인적 감정싸움으로 비췄던 부분들에 대해선 분명히 반성할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답변 과정에서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를 두고 최근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위권으로 자리매김하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우회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총장 임기 중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암묵적 경고로 보인다”고도 해석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