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3년 만에 선장 잃고 '시계제로' 된 뉴 삼성... 중장기 경쟁력 흔들

입력
2021.01.19 04:30
6면
구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총수 구속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삼성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6개월이 선고된 18일 공식 입장을 생략했지만 침통한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삼성의 한 임원은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삼성의 '총수 부재' 사태는 지난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년 만이다.

연초부터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출항한 '뉴 삼성호(號)'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총수로 올라선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일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일지

18일 삼성 등에 따르면 당장 대규모 신규 투자 등 중장기 경영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참담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는데 앞으로 일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이번 판결로 최대 2022년 7월까지 총수 부재인 상태로 비상경영에 들어가야 하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당장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삼성으로선 오너 중심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비대면(언택트) 수요 증가로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선전하며 역대 세번째(236조2,600억원)로 높은 매출을 올리긴 했지만, 현실에 안주하기엔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하다. 이미 TV와 스마트폰 분야에선 중국의 추격 속도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가전, 반도체 외 아직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삼성으로선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이 부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AI), 6세대(6G) 통신기술 등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찾아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 문제"라며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오너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지만, 당장 삼성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자리잡아 있는 데다 이미 투자 계획 등이 정해져 있어 당장 삼성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역시 오너 부재는 현실적으로 그룹 경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재계 안팎의 중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뉴삼성의 가장 큰 과제는 반도체 경기 하락에 대비하고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일인데 삼성 총수 없이는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려워 이에 따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부회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2016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14건의 M&A가 진행됐지만, 이후엔 의미 있는 M&A는 사실상 전무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엔비디아·AMD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 삼성으로선 오너가 뇌물 혐의를 뒤집어 쓰고 재수감 됐다는 점에서 얼룩진 대외 이미지도 부담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사태로 삼성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이유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헤지펀드들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지난 2017~18년 수감 때처럼 '옥중 경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간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해외 주요 거래선을 직접 만나고 M&A와 같은 주요 의사 결정을 주도한 점을 감안하면 옥중 경영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동욱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