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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 시대 유행하는 음모론 어떤게 있나

입력
2021.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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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 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프리 메이슨의 상징인 컴퍼스와 직각자는 석공의 필수품이다. 그 기원이 고대 석공들이란 점을 보여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프리 메이슨의 상징인 컴퍼스와 직각자는 석공의 필수품이다. 그 기원이 고대 석공들이란 점을 보여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석되지 않은 사건과 의문, 권력기관의 묵살은 음모론을 키워 낸다. 고급 정보 같은 은밀함은 사람들을 속삭이게 한다. 근거 없는 부적절한 지식이 태반이고, 거기에 빠진 음모론자는 증오에 찬 피해망상, 자기맹신의 편집증자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음모론은 현실에 맞서는 무기가 된다.

달착륙 40주년을 맞은 2009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역대 10대 음모론을 선정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케네디 암살, 9·11테러의 미국 자작, 공군기지 51구역과 외계인 거주, 비밀조직의 세계통치,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조작,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 홀로코스트 부정, CIA의 에이즈 전파, 렙틸리언의 지구지배, 폴 매카트니 사망 등이다.

디지털시대, 코로나19 시대에 유행하는 음모론은 달라졌다. 단편적인 괴담 수준은 인터넷의 빠른 확인으로 그 생명이 단축되고, 새로운 현상과 기술에 맞춰 음모론도 수시 업데이트된다. 그래서 더 만연한 음모론은 탈진실의 시대를 읽어내는 코드다.

글로벌리스트: 진보, 보수를 포함해 세계 자본과 시장을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집단으로 규정된다. 민주당 출신의 힐러니 클린턴이나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맞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반세계화 진보, 트럼프 대통령은 반세계화 보수 지도자다. 극우세력에게 트럼프가 자연스럽게 반세계화의 우상인 것이다. 인종 차별적이고 단순한 논리로 소외된 백인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모았다.

백신 노예: 어린이 자폐증 증가가 백신 부작용 때문이란 백신 거부에서 시작,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백신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는 논리를 편다. 게이츠가 백신으로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 인구조절을 하려는 데 코로나19 백신이 그 일환이란 주장이다. 이 때문에 백신은 어떤 것도 접종해선 안 되는 것이다. 백신 음모론은 이슬람권에서 홍역 같은 감염병 재유행을 부르기도 했다.

베리칩과 5G: 무선 송수신이 가능한 생체칩(Verichip)을 몸속에 주입해 국가가 사람들을 조종,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처음에는 기술적으로 허위였으나 정보통신 발달로 가능해진 측면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5G의 무선전파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는 음모론도 나와 있다. 일부 개신교에선 베리칩을 짐승 인식표 666으로 해석해 이단 논란을 빚기도 한다. 바코드가 처음 사용될 때도 유사한 음모론이 유행했다.

톨화이트: 러시아에 망명한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국가안보국(NSA) 비밀자료를 인용해 톨화이트 외계인이 지구를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톨화이트는 1930년대 나치 성장을 도왔고, 1954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만난 이래 미국을 지배한다는 식이다. 지금은 세계 지배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반미 성향인 러시아와 이란이 음모론 배후로 지목된다.

렙틸리언: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된 파충류형 외계인 음모론의 현대판이다. 초능력을 지닌 렙틸리언은 피를 마시며, 지하에 기지를 두고, 인간 모습으로 변형해 인간사회를 조종한다. 세계 많은 지도자들이 렙틸리언이거나 그들의 조종을 받고 있다.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부시 가문, 영국 왕가 모두 연관돼 있다. 영국 데이비드 아이크가 주장한 이래 미국에 수출돼 극우단체에서 유행했다.

프리 메이슨: 세계를 지배하는 단일정부를 둘러싼 음모론은 고전에 속한다. 프리 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같은 비밀세력이 전 세계에 회원을 두고 딥스테이트(그림자 정부)로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 러시아 혁명, 이스라엘 시온주의 운동 등 역사적 중대 사건의 배후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신론을 따라 가톨릭과 대립하는 반종교 조직인 점이 생명력을 길게 하고 있다.

시온 의정서: 체코 프라하에서 유대교 장로들이 모여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를 계획했다는 내용이다.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발간되어 퍼진 이래 뿌리 깊은 반유대 정서를 자극했다. 독일에선 특히 반유대주의와 결합됐고 히틀러도 지지해, 홀로코스트의 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사탄의 계획에 따른 세계관은 다른 음모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미국 극우세력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반유대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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