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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입양아동 바꾼다든지" 발언에 "아이를 반품한다고?" 비난 쇄도

입력
2021.01.18 13:59
수정
2021.01.19 10:55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회견 시작 전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회견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를 감안해 소수의 기자들만 현장에 배석하고 다수의 기자들이 화상 연결 및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회견 시작 전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회견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를 감안해 소수의 기자들만 현장에 배석하고 다수의 기자들이 화상 연결 및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 후 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으로 "입양 후 양부모가 일정 기간 내 입양을 취소하거나 입양 아동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엄격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부모와 자식 사이의 연을 맺게 되는 입양을 취소나 교체가 가능한 행위처럼 표현해 아동 인권을 무시한 발언이란 지적이다. 정인이 사건의 원인을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에 초점을 맞춰 부적절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입양 제도 개선 방안 언급하며 '황당 발언'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동 학대 관련) 제대로 대책이 마련돼있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교훈 삼아 이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은 학대 아동의 위기징후를 보다 빠르게 감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학대 의심 상황이 발견되면 곧바로 부모·양부모로부터 분리시키는 임시보호시설이나 쉼터 등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문성이 있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입양 절차와 관련해선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상황을 보다 잘 조사하고, 또 초기에는 여러 차례 입양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입양은 출산과 동일... 취소·교환 말도 안돼"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황당 발언" “실언(失言)” 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입양한 딸을 키우고 있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입양아기에 대한 인식에 분노한다"며 "입양아동이 시장에서 파는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도 아니다. 개와 고양이에게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하물며 아기를 인형 반품하듯이 다른 아기로 바꿀 수 있다고"라며 "민법과 입양특례법이나 읽어보고, 입양 실무 메뉴얼이라도 확인해보고, 가정법원 판사들께 알아나 보고 말씀하시지"라고 꼬집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입양은 출산과 동일하게 부모와 자식 관계를 맺어주는 것인데, 아이가 마음에 안 들면 취소하거나 교체하면 될 거라는 발상 자체가 입양 제도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법상법원의 승인을 받아 입양을 취소(파양)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심사 등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통령 발언은 도리어 파양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입양한 아동을 교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 아동 인권 등을 생각하면 현실화할 수 없는 제도"라며 "대통령이 입양 절차나 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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