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가족 "피해 부정 황당한 소리에 피눈물"

입력
2021.01.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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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오성규 윤준병 진혜원 등 언급
"잊을 만하면 나와서 황당한 소리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수사와 수사내용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수사와 수사내용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다들 나와서 한마디씩 황당한 소리를 하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성추행 피해를 입은 전직 비서 A씨를 향한 2차 가해가 계속되자, A씨의 가족들이 18일 입장문을 내고 "가족들이 흘린 피눈물이 바다를 이룰 지경"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에 따르면 A씨를 향한 2차 가해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 여러 장을 공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민 전 비서관의 공개 자료"라며 같은 편지를 공유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 실명이 잠시 노출되기도 했다.(관련기사: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실명 적힌 편지 유출… 2차 가해 논란)

A씨 동생은 "(김 교수는) 짧은 순간 동안만 게시됐고 실수였다고 했지만, 누군가는 그 짧은 순간에 캡처한 편지 원본 사진을 지금도 온갖 온라인 커뮤니티에 새 글로 게시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누나는 그 때마다 불안감과 신변의 위협을 다시 느끼며 고통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담당 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가 쓴 편지. 페이스북 캡처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담당 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가 쓴 편지.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경찰이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혐의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하고, 측근들의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판단하자 2차 가해는 더욱 심화됐다.

방조 혐의 피고발인 중 한 명인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A씨의 피해 사실 자체를 폄훼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 사건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고소인 측의 4년 성폭력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더불의민주당 의원도 당시 SNS에서 "성추행 수사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 5개월여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라고 주장했다.

A씨의 동생은 "오 전 비서실장은 경찰 수사 발표가 있던 날, 기다렸다는 듯 성추행 고소가 거짓 고소임이 밝혀졌다고 누나에게 경고했다"며 "다음날 검찰에서 박 전 시장이 '문제될 소지가 있는 문자를 보냈다'고 발표하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거짓 고소냐"고 꼬집었다. 또 "정치에 뜻이 있거나 영향력 있는 분들이 누나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말을 할 때마다 누나와 가족들이 흘린 피눈물은 바다를 이룰 지경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SNS에 "꽃뱀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가설이 매우 다양하지만 사회적 생활을 하는 지능 있는 포유류 중에선 '지위상승'과 '경제적 지원'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적었다. 진 검사가 특정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꽃뱀'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A씨의 어머니는 "(A씨를) 더 씩씩하게 살자고 겨우 달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와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하고, 또 달래면 윤준병 의원이 사필귀정이라는 등 뭐라 하고, 또 달래 놓으면 진혜원 검사가 꽃뱀이 어쩌고 뭐라 한다"며 "김주명, 오성규, 민경국, 김민웅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한마디씩 황당한 소리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며 우리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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