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D-1] 역대 美 대통령 취임 일성은 '통합'...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입력
2021.01.19 05: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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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자체"
1930년대 대공황으로 상처받은 국민 보듬어
트럼프는 "말만 하는 정치인 용납하지 않을 것"
주류 워싱턴 정치인과 결 다른 발언 내놓기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09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취임식에서 부통령 자격으로 선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09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취임식에서 부통령 자격으로 선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준수하며 보호하고 보전해나갈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헌법에 따른 이런 취임 선서에 이어 대부분 ‘통합’을 역설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부터 굳어진 관행이다. 대선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불거진 정파적 분열과 인종 등 사회통합을 해치는 문제를 뛰어 넘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다. 미국의 노예 해방을 이끌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재선 취임 연설에서 “누구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나라의 상처를 아물게 하자. 전쟁 사상자와 미망인, 고아들을 돌보자”라는 일성으로 화합을 강조했다. 남북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국가에 통합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역시 “우리는 모두 공화주의자이면서 연방주의자”라며 신생 미국이 하나가 될 것을 주문했다.

경제 회생에 방점을 찍은 연설도 있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대통령직에 오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실의에 빠진 국민의 자신감 고취에 중점을 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면서 힘을 합쳐 파탄난 경제를 재건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13년 재선 취임 연설을 통해 “오랜 전쟁이 끝나가고 경제회복은 시작됐다”며 “미국은 전 세계에서 요구하는 모든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임자가 시작했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딛고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취임사 메시지는 세계로도 향했다. 1기 임기 때 9ㆍ11 테러를 겪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선 취임사에서 “증오와 분개의 지배를 깨고 폭군들의 허울을 벗기며, 참되고 관대한 자들의 희망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역사의 힘은 오직 한 가지, 결코 지치지 않은 인간의 자유라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독재 빈곤 질병 전쟁 등 인류 공동의 적에 맞서 남과 북, 동과 서를 아우르는 웅대하고 전 지구적인 동맹을 조직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구촌을 향해 “인류에 좀 더 유익한 삶을 보장하는 역사적인 노력에 동참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협력을 당부했다.

20일(현지시간) 낮 12시를 끝으로 대통령직을 내려 놓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미국 우선주의’를 설파하며 다소 결이 다른 취임사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정치인, 불평만 하고 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공허한 발언의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행동할 때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역설해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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