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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시작도 안했는데… 필리핀서 코로나 백신 '암시장'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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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접종하면 꼭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합니다. 주사를 맞은 뒤엔 꼭 솜을 덮어주고 다른 직원들에겐 말해선 안됩니다.”
필리핀 중국 온라인 카지노사업체(POGOs)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제시(가명)는 지난달 중국인 동료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었다. 아직 필리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은밀한 접종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불법 코로나19 백신이 암시장에서 횡행하는 필리핀 내 실태를 조명했다. 필리핀은 앞서 14일 처음으로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물론 계약이 체결된 건 아니다. 화이자로부터 최대 4,000만회분을 공급받기 위해 협상 중이다. 2,500만회분을 확보한 중국 시노백 백신도 내달이나 돼야 도착한다. 시노백 백신은 사용 승인도 나지 않았다.
종합하면 필리핀에서 백신 접종 개시까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암암리에 백신은 유통되고 있다. 불법을 감수하고 필리핀에 거주하는 중국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범은 온라인카지노에 근무하는 중국인들이다. 중국 본토에선 도박이 불법이다보니 상당수가 마닐라 등 필리핀에 온라인카지노를 열고 중국인 직원들을 고용해 고객을 유혹한다. WP는 “카지노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30달러 가량인 백신을 몇 배 넘는 가격에 팔아 치우며 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불법 유통되는 백신의 종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경호단에 승인하지 않은 시노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필리핀 내 중국인들의 백신 접종 의혹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필리핀ㆍ중국 협력 관련 비영리단체를 이끌고 있는 테레시타 앙 시 대표는 여러 자료를 인용, “필리핀에 거주하는 10만여명의 중국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이미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중국인 거주자가 50만명임을 감안하면 20%가 불법 백신을 접종한 것이다.
밀수업자들은 ‘라벨 바꿔치기’ 수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가 몰래 들여온백신을 ‘보충제’로 신고하면 세관 공무원들이 선적물에 라벨을 다시 붙이고 수입을 승인하는 식이다. 마닐라 주재 중국 대사관과 필리핀 관세국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필리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최근 50만명을 넘었다. 사망도 9,900여명으로 1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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