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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히면 소용 없다…읽고 대화의 장 만드는 게 우리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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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보고 소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문 분야 책 시장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듯한데, 기획할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인 민음사 인문잡지 ‘한편’의 편집자들은 이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지난 7일 서울 내수동 교보문고 아크홀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수상작 북콘서트에서였다. 이들은 사전에 받은 질문 중 이 질문이 가장 답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문잡지 ‘한편’은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을 표방한 잡지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젊고 참신한 필진 10명의 글을 모았다. 이들은 각자 다져온 기반에서 그들의 생각을 펼친다.
어려운 질문이었다지만 편집자 신새벽씨의 답은 명쾌했다. 일단 글이 읽히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문학 책들은 두꺼워서 ‘벽돌책’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베개인지 목침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책들을 보면서 항상 압도당했거든요. 읽어야지 하면서도 스마트폰과 넷플릭스에 밀려 왔죠. 읽기에 대한 부담을 털고 쉽게 접할 수 있어야 나중에 생각이 쌓이고 깊이도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 이들의 시도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편집자인 이한솔씨는 “’한편’을 출간하고 뉴스레터로 괴테의 글을 보낸 적이 있는데, 한 독자가 나름의 이유를 말하면서 ‘나는 괴테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회신해왔다”며 “’누구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잡지가 추구하는 건데, 그 이상을 보여준 사례여서 무척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세대라는 게 존재할까요? 페미니즘은 그냥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 같은데요.” 편집자들은 또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답해 내려갔다. 이 질문은 세대를 주제로 다룬 1호 잡지 중 출판사 사월의책 편집장으로 재직 중인 박동수의 ‘페미니즘 세대 선언’이라는 글에 대한 것이다. 박동수는 이 글에서 청년세대를 페미니즘 세대로 명명했다.
질문에 대해 신씨는 “세대의 주체성을 찾고자 했던 게 기획의도”라며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말할 때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니 뭐니 해서 납작 엎드려 사는 것처럼 보이게 했는데, 이것에 대항해 주체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페미니즘 세대라고 부른 건 청년세대 모두가 페미니스트라는 뜻은 아니었으며, 청년세대가 페미니즘과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관계 설정을 통해 정치적 주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이다.
인문잡지 ‘한편’은 현재 4호까지 출간됐다. ‘세대’를 시작으로 ‘인플루언서’ ‘환상’ ‘동물’까지 나왔다. 두 편집자가 다음에 다룰 주제는 어떤 걸까. “5호 잡지는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어요. 자산 소득이 일을 해서 번 소득을 앞지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일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할 예정이에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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