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D-2] 최초 '멜팅폿' 내각, '오바마 행정부 2.0' 극복할까

입력
2021.01.1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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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라인 바이든 부통령 시절 참모 주축
최초 흑인 국방·여성 재무장관...성·인종 다양
오바마 행정부 '회전문 인사', 진보 인사 부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2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극장에서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지명자들을 소개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2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극장에서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지명자들을 소개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오바마 행정부 2.0’, ‘최초들의 내각(a cabinet of firsts)’.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2009~2016년) 8년 동안 백악관과 행정부 경험자 대거 발탁이 첫 번째로 눈에 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당시 부통령이었기 때문에 자신과 호흡을 맞춰본 민주당 인재풀을 활용한 셈이다. 여기에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많은 여성ㆍ비(非)백인ㆍ성소수자를 내각과 백악관 주요 책임자로 지명했다. 전 세계 이민자가 모여 나라를 만들어간 ‘멜팅폿(용광로)’ 전통의 미국 복원이라는 대선 때 공약을 실천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부인 질 바이든(왼쪽) 여사와 로이드 오스틴 바이든 행정부 국방장관 지명자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해 12월 10일 워싱턴에서 해외 주둔 미군을 위한 선물 꾸러미를 포장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부인 질 바이든(왼쪽) 여사와 로이드 오스틴 바이든 행정부 국방장관 지명자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해 12월 10일 워싱턴에서 해외 주둔 미군을 위한 선물 꾸러미를 포장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아시아·한반도 상황 밝은 외교안보라인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 국무부와 백악관 등에서 이미 북한을 비롯해 외교 현안을 다뤘던 경험이 풍부하다. 바이든 외교안보라인 두 축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바이든 부통령을 직접 보좌하기도 했다. 국무부 2인자 부장관에 지명된 웬디 셔먼 전 정무차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반도와 아시아정책을 총괄할 인도ㆍ태평양조정관,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전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역시 ‘오바마 국무부’ 출신에다 한반도 상황에도 밝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중동에서 중국 견제로 외교의 무게중심을 바꿨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 기조와 북핵 협상이 꼬인 뒤 유지했던 ‘전략적 인내’가 특징이었다. 바이든 외교안보라인 대부분 이 기조에 관여했던 인사들이기는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 협상부터 시작해 새로운 판을 짤 전망이다. 일단 캠벨 전 차관보가 12일 ‘D10(민주주의 10개국)’ 개념을 강조하면서 미중 갈등 속 한국 외교의 위치 선정이 중요해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셔먼 부장관 지명자의 역할도 주목된다.

국방ㆍ정보라인도 바이든 당선인의 인사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4성 장군 출신에 첫 흑인(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이 국방장관에, 여성인 애브릴 헤인즈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33년 외교관 경력의 윌리엄 번즈 전 국무부 부장관이 CIA 국장에 각각 지명됐다. 바이든 당선인이 중시하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기후특사를 맡아 정책을 조율하게 된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흑인 여성 부통령부터 성소수자 교통장관까지

‘미국과 같은 내각’을 구성하겠다던 바이든 당선인의 기조는 인사마다 사상 최초 기록을 양산했다. 우선 부통령에 최초의 여성·흑인ㆍ아시아계 카멀라 해리스 전 상원의원이 자리했다. 내각 ‘빅4’로 꼽히는 국무ㆍ재무ㆍ국방ㆍ법무부 수장 중 2명(재닛 옐런 재무ㆍ오스틴 국방)은 각 부처 역사상 최초 장관 기록을 갖게 된다. 특히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1789년 재무부 설립 후 231년 만의 첫 여성 장관이 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출신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첫 성소수자 장관, 하원의원 출신 뎁 할랜드 내무장관 지명자는 첫 미 원주민 출신 장관에 각각 오르게 된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지명자도 첫 히스패닉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 책임자 기록을 세우게 된다.

15명의 장관 지명자 중 여성(5명)과 성소수자(1명) 등 40%는 남성이 아니었고, 인종별로도 백인(9명ㆍ60%)은 물론 히스패닉(3명)ㆍ흑인(2명)ㆍ원주민(1명) 등도 입각해 다양성이 반영됐다. 2019년 기준 미국 인구는 백인 60%, 히스패닉 18%, 흑인 13%, 아시아계 6%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장관 15명 중 백인이 13명, 남성이 1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또 통상정책 책임자인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만계 캐서린 타이 변호사를,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흑인 여성 경제학자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택한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 때 8년간 농무장관을 지냈던 톰 빌색을 다시 농무장관에 지명하는 등 ‘회전문 인사’도 많고,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인사가 내각에 부족하다는 불만도 민주당 진보그룹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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