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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장애인 10명중 4명, 자립 원하지만... '10년 계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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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상륙했다. 그 뒤 1년간 3차례 대유행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코로나19과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와중에 놓쳐버린 것들도 있다. 다섯 차례에 걸쳐 되짚어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설 집단수용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장애인의 탈시설은 장애인 본인들에겐 더 큰 두려움을 안겨주는 미지의 세계다. 바깥 세상과 오래 단절돼다 보니 아예 자립을 생각하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있고, 자립하고 싶지만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보면, 시설 거주 장애인 가운데 42.6%가 시설에서 나가서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18%는 퇴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퇴소하고 싶어도 여러 여건상 사실상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25.9%에 달했다. 시설 거주자 뿐 아니라 시설 운영자도 마찬가지였다. 시설 운영자의 77.2%는 '입소자의 자립과 자립희망 여부에 대해 상담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탈시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와 활동보조다. 시설에서는 의식주와 돌봄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제공되지만, 시설을 떠나는 순간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한다. 탈시설 때는 이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시설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김정하 프리웰 이사장은 “탈시설 관련 법에는 지원주택 관련된 조항들,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이 각자 장애유형에 맞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이 충분히 명시돼야 한다"며 "그래야 안심하고 시설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장애인 시설이 민간법인이라는 점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시설 입장에서는 당장 시설 폐쇄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이들이 탈시설 정책 취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종사자 고용승계 등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앞서 탈시설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령 민영시설이 상당수 있었던 미국의 경우 이를 일률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쇄하지 않았다. 대신 일정 요건을 정한 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다.
2018년 정부가 시행한 ‘탈시설 자립지원 및 주거지원 방안 연구’ 용역에 등장하는 크로아티아 사례도 마찬가지다. 크로아티아는 시설거주 장애아동의 40%, 장애성인의 30% 정도를 탈시설하고, 이에 맞는 비시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뒤 각 시설별로 '탈시설과 이후 전환 계획'을 정부에 내도록 했고, 정부는 그 과정의 여러 문제점 등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시설들을 지역사회 서비스센터나 장기돌봄 거주시설로 바뀌었고, 기존 사회복지시설 등은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주택으로 제공됐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이 시설 폐지에 최대 10년을 못 박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적 사례라는 크로아티아의 경우에도 2000년에 정책을 입안해 2010년쯤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탈시설은 장기계획이 필요하고, 그 때문에 '몇 년 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없으면 흐지부지된다는 얘기다.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시한 같은 구체적 정책 목표를 법안에다 못박은 건 그만큼 더 이상 탈시설 정책을 지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 하루 빨리 탈시설 정책이 본격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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