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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아느냐' 두고 감정싸움 번지는 국민의힘 vs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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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라 그럴까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둘러싼 안 대표의 옛 식구와 현 식구 간 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싸움의 주제가 '네가 안철수를 아느냐'라는 게 독특한 점인데요. 자신들이 더 안 대표를 잘 안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한때 안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 옛 식구들은 자신들을 '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 이른바 '안잘알'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안 대표의 과거 정치 행적을 들춰내며 안 대표가 야권의 대표인사가 돼선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이들이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란 표현을 꼭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잘알들이 안 대표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가하자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는 현 식구들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안잘알들에게 '안철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이른바 '안알못'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안 대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도 안 되는 비방과 흑색선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죠.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 등 줄줄이 이어진 선거에서 모두 패했던 야권이기에 이번 보궐선거만큼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죠.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요. 이유는 이들의 발언에 다 담겨 있습니다.
안잘알들에게 안알못이란 프레임을 안겨 준 것은 국민의당 원내대표인 권은희 의원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민의당으로,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그리고 현 국민의당까지 안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때마다 안 대표와 늘 함께 했던 정치인이죠.
권 의원은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알못들을 공격했는데요. 첫 메시지부터 셌습니다. "안잘알이라고 자처하는 그분의 제 버릇이 또 도졌다"며 정치적 현안이 터질 때마다 편가르기를 하며 공격만 일삼는 세력으로 깎아내렸습니다. 물론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을 콕 집어 얘기하긴 했습니다.
권 의원은 "그분(장 위원장)이 과거에는 유모닝(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자주 비판했다는 의미)을 했다"며 "사실은 (이들은) 안잘알이라고 할 수 없고 안잘알을 자처하는 그 장진영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고 거기에 편승하시는 분들이 또 몇 분 계신다"고 했습니다.
권 의원은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가해 기업 관련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또 정인이 살인 혐의로 1심 재판이 시작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사건 사고로 힘들어하는 시기에 굳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겠냐고 따졌습니다. 안 대표를 공격하는 인사들 모두 국민을 고려하지 않는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비꼰 셈입니다.
권 의원은 안잘알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을 '구태 정치'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김종인표 구태 정치를 바꿀 사람이 안 대표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의원은 "김 위원장이 했던 정치 문화는 사실 안 대표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며 "안 대표가 그 부분(김 위원장의 정치 방식)에 익숙해지거나 동일화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변화를 시켜야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권 의원이 김 위원장과 장 위원장, 그리고 다른 안잘알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 전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포문을 열었죠.
이 사무총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가짜뉴스나 흑색선전, 양념 폭탄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지만, 여당도 아닌 야당에서 같은 야권의 유력 후보를 비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 1야당의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도대체 무슨 정치를 이렇게 하나"라고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습니다.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로 함께 손을 잡아야 할 국민의힘을 힘껏 비판하는 건 국민의힘 내부 안잘알들 때문입니다. 안잘알 중 안 대표를 가장 강하게 비판한 건 장 위원장인데요. 2017년 8월 옛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며 안 대표와 함께 지도부 일원으로 당을 이끌었죠.
장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해 과거 국민의당 시절 그가 보였던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앞서 8일부터 13일까지 '안철수가 변했을까' 제목의 글을 잇따라 올렸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과정을 적으며 제 3지대가 몰락하게 된 책임이 안 대표에게 있다고 했는데요. 그러나 정작 안 대표는 이에 대한 반성이나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았다고 했죠.
장 위원장은 또 2017년 대선 TV토론을 예로 들며 안 대표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보인다고 했는데요. 정치권 일부에서 최근 김 위원장의 안부를 묻는 등 안 대표가 한층 여유로워졌다는 해석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며 한 말입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치른 대가면 충분하다"며 "먼저 겪어 본 사람들 대다수가 그의 곁을 떠났다면, 단순히 떠난 정도가 아니라 등을 돌렸다면 이유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위원장의 이 같은 글에 김 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는데요. 안 대표를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안잘알의 한 사람으로서 '안 대표는 안 바뀐다'는 표현을 드러낸 겁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안 대표와 경쟁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행보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며 "(안 대표는 과거 정치) 패턴을 결국 단일화 과정에서 그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혹평했죠.
이 전 최고위원은 2018년 바른미래당에서 안 대표와 함께 중도보수 재건 작업을 했습니다. 그는 또 안 대표와 함께 일해 보지 않은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이 안 대표의 상징성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대와 합당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한 번 다들 겪어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바른미래당 창당 작업에 참여했던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도 안 대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주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돈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예전 민주당 시절에는 그렇게 보수에게 나라 못 맡긴다고 독기 서리게 발언하더니 지금은 거꾸로다. 이 기적의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느냐)"라고 일갈했습니다.
어쨌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세력은 싸우고 있지만,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다가올수록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이 분열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해지는 건 물론, 1년 뒤인 2022년 3월에 있을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겠죠. 야권이 어떻게든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상대를 향해 '왜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느냐'는 말을 하고 있죠.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 감정 싸움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감정이 나빠지면 손을 잡더라도 잡은 것 같지 않은 이상한 그림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과거 2012년 대선 때 안 대표와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야권 단일화를 이뤘는데요. 막판 감정싸움이 격해져 안 대표가 중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안 대표는 유세 현장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단일화 효과는 확 떨어졌습니다.
일부에선 보궐선거 이후 벌어질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안 대표로 단일화가 이뤄져 서울시장에서 당선될 경우 야권 내 국민의당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질 수 있습니다.
의석을 102석 가진 국민의힘 입장에선 자칫 3석 밖에 없는 국민의당의 입지를 키워줄 수 있기에 이를 견제하는 것이고요.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야권 후보가 난립한 3자, 4자 구도로 치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안 대표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잘알, 국민의힘 인사들을 깎아내리면서도 "야권 단일화가 깨지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현재 안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면서 야권 단일화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단일화 얘기가 나올수록 안 대표의 존재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안 대표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아 직접 검체를 채취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를 벌였는데요.
그는 '안잘알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넘겼습니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안 대표의 속내는 무엇일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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