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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특활비 상납’ 전직 국정원장 3인 국고손실죄 실형

입력
2021.01.14 16:30
수정
2021.01.14 20:4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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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파기환송심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왼쪽 사진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왼쪽 사진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이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이들의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구회근)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6)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병기(73) 전 국정원장에게는 징역 3년, 이병호(80) 전 국정원장에게는 징역 3년6월과 자격정지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의 국고손실 범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이헌수(67)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이날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과 이헌수 전 실장에 대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남 전 원장은 별도 사건으로 수감 중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모두 국정원 예산 중 증빙이 필요 없는 특별사업비를 박 전 대통령 요구로 청와대에 전달해 국고를 손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요구로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고 개인적으로 유용하려는 부정한 목적은 없던 걸로 보이나,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을 불법적으로 은밀하게 전달한 행위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은 재임 시절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별사업비 40억원 중 매달 5,000만원씩 총 6억원을, 이병기ㆍ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8억원, 21억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당초 1심은 이들의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3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이들이 상납한 특활비의 성격을 ‘뇌물’이나 ‘국고손실’로 보지 않고, 단순 횡령으로 판단하면서 형량이 2년~2년6월로 줄어들었다. 국정원장은 관련법상 국고손실죄를 물을 수 있는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9년 11월 국정원장도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근거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심과 비슷한 수준의 형량을 선고했다. 다만 남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의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이미 징역 3년6월이 확정된 상황으로, 댓글 공작 사건과 특활비 사건을 병합해 재판이 진행됐다면 형량이 낮아질 수 있었던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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