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앞에 뭉친 '빈국' 미얀마...대립하던 무슬림도 백신 성금 쾌척

입력
2021.01.14 15:30

이슬람 종교협, 75만달러 기부 결정
'앙숙' 정권과 군부도 합심, 모금 물결

지난해 연말 미얀마 양곤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을 옮기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 미얀마 양곤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을 옮기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최빈국' 미얀마가 국가적 위기 앞에 똘똘 뭉치고 있다. 2017년 8월 로힝야족 유혈진압 사태 후 정권과 반목을 이어온 이슬람 세력이 백신 성금 모으기에 동참하는 등 대재앙 극복에 각계각층이 결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미얀마 온라인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시작한 '백신 구매자금 마련을 위한 성금 모으기 운동'에 최근 미얀마 이슬람종교협의회(IRACM)가 10억짯(약 75만달러) 기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IRACM은 전날까지 5억짯 이상 기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현지 소식통은 "종교 갈등은 여전하나 '같은 나라, 같은 땅에 사는 같은 인간의 입장에서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금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권력 배분을 놓고 여전히 힘겨루기를 하는 2기 문민정부와 군부도 이번엔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성금 1,000만짯을 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자신의 재단을 통해 2억짯 규모의 성금을 모으고 있다. 군부 역시 성금 모금 운동에 시비를 걸지 않고 재빨리 10억짯을 내놓았다. 재계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주 에덴 그룹의 칫 카인 회장과 아예야와디 재단의 조조 회장이 각각 150만달러를 기부한 데 이어, 미얀마 상공회의소도 회원들을 상대로 1억5,000만짯의 기금 모으기에 돌입했다.

민간인의 참여도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의 유명 화가 유룬 계는 자신의 그림 20점을 즉시 팔아 5,000만짯을 냈으며, 해외에서 근무중인 주재원들도 십시일반으로 자국에 성금을 보내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전 국민(5,440만명)의 40% 가량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최소 9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나 현재 관련 국고는 2억5,100만달러에 불과하다. 미얀마는 하루에 1,000명 가량 신규 양성판정이 나오고 있으며, 총 확진자 수는 13만1,737명에 달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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