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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치가 노동을 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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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철만 되면 그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정책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중에 노동정책은 당의 가치와 지향에 부합하는지 또는 공약으로서 상징적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는 일들이 많은 분야다. 그러면서 흔히 이념이 과잉되고 태도는 경시되는 경향이 많은 것이 노동정책이다.
진보 정당은 노동존중의 가치를 내세우면 된다지만 그래도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는 규제를 남발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해소는 추진했지만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은 논란만 벌이다 추진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재정을 투입하는 사회적 보호 정책에 앞서 필요한 것이 시장의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진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조에 대해서는 입장이 모호하다. 상황에 따른 선택적 입장이 오늘날 노동을 대하는 진보의 태도다.
반면에 보수 정당은 보다 근본적인 난관이 있다. 보수의 가치와 노동의 가치가 공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보수 스스로가 경계를 치기 때문이다. 시장우선이라는 신념을 꺾지 않으면서도 선거에서 표를 많이 가진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기제로 흔히 동원되는 것이 시장이 잘 돌아가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결국 노동자들도 좋다는 낙수 이론이나 보이지 않는 손의 효과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경제가 좋을 때면 이 논리가 통했는데 빈부격차가 커지고 살기 어려워지면서 이런 원리적 처방을 믿지 않는 서민층이 늘어났다. 시장이 이미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아는데 시장이 살아나면 된다는 막연한 시장보수 처방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보수가치는 자유시장경제만 주창하는 것으로 대표될 수 없다. 시장경제를 존중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처방을 통해 파국적 상황을 예방하고 질서있는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보수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이 300년 동안 살아남고 숱한 정당의 위기를 넘기고 재집권을 하게 된 역사적 순간들을 살펴보면 시장논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보장과 시장규제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즉 진보정당같이 직접적 노동 우선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시장을 개혁하고 보완하는 제도개혁을 통해 다수 지지를 얻어 재집권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시장자유라는 이념이 아니라 공동체 유지를 위한 능동적 균형점을 찾는 태도가 보수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공정한 잣대로 다시 세우고 적절한 수준의 국가적 개입을 인정하는 현대적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는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공정 질서를 중시하는 것과 함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포용적 자세가 겸비된 개혁 작업이라고 본다. 공정과 포용이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지만 균형을 잡는 태도가 요구된다.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도시국가 로마의 성벽을 허물고 성 밖의 민족들을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시민권을 가진 제국의 동업자로 인정하는 데서 번영의 기초를 세웠다. 자본주의 위기 시대에 보수가 해야 할 역할은 노동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 간의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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