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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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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이 섬나라이기는 하지만 바닷가에 살지 않는 저는 한동안 바다를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오랜만에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저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중학교 2학년때 갔던 수학여행에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포항제철이나 울산 공단의 어디쯤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상상하던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진 멋진 풍경이 아니라 길게 뻗은 시멘트 방파제와 맞닿은 조금은 삭막한 풍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보는 바다와 수평선이 얼마나 황홀하고 강렬했던지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 제가 살던 곳이 산촌은 아니었지만 산에서 해가 뜨고 산으로 해가 지는 곳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보지 못한 바다에 대한 큰 동경이 있었고 특히 매일 바다를 보며 사는 모든 사람들은 저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마음 씀씀이가 넓고 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겠지만 그 형성 요인은 상당히 다양하고 그 과정도 굉장히 복잡할 텐데 바다가 주는 넓고 깊은 이미지와 제 동경이 겹쳐지면서 그때는 그렇게 단순하게 일반화시켰던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보고 듣는 것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 만나는 사람들, 경험하는 일들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면서 성격이 만들어 지는 것 같고 특별히 제 생각에는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 또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 본인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있고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고 인생 경험이 쌓이다 보면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너그러워질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가 훨씬 지난 지금의 저를 보면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제가 기대했던 오십 대의 제 모습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늘 내 안에 넓고 깊은 바다를 꿈꾸면서도 가끔은 잔잔한 바다가 아닌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다가 되곤 합니다. 아마도 제 노력이 부족했나 봅니다.
세상에는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성격들이 있지만 누구나 동의할 만한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떤 성격이든 그 장단점이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 확고해지고 또 그 만큼 고치기 힘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제 성격 중에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고 또 고치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치지는 못할지라도 '고치지 못한 나를 자제할 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나'가 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성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세상은 혼자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는 곳이고 그래서 '내 안의 좋지 않은 모습'이 주위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또 그 상처가 언젠가는 내게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바다 같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지만 제 마음속에는 지금도 바다가 있고 여전히 넓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로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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