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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거도 집값 향방도... 인구구조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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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14>인구로 본 2021년 사회, ‘뒤틀린 구조 vs 시작된 압박’
희망과 염려 속에 2021년이 시작됐다. 한해를 점쳐보고픈 욕망은 자연스럽다. 이때 인구통계는 미래예측의 유력한 열쇠다.
변화진폭이 큰 한국사회는 인구 힌트만 한 유의미한 진단 툴이 없다. 정치지형, 경제양상, 사회구조 등 모든 게 달라졌다면 이는 인구구조발 변화일 수밖에 없다. 모든 변화는 인구에서 비롯된다. 미래를 읽자면 인구를 통하는 게 기본이다.
2021년 정치권의 눈은 서울·부산 시장선거로 쏠린다. 예측은 엇갈리나 인구로 보면 성근 그림은 나온다. ‘진보위기 vs. 보수기회’로 정리된다. 예단은 어렵지만, 적어도 인구구조상 그렇다.
2020년 서울인구(967만명) 중 50세 이상(379만명)은 39.2%로 2010년의 29.2%보다 10%포인트 늘었다. 10세 구간별로 보면 40대까지는 감소했는데, 50대부터는 모두 증가했다. 30대는 187만명에서 148만명으로 줄었는데, 70대는 44만명에서 70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50대 이상은 10년 새 78만명(301만명→379만명) 증가했다. 부산도 비슷하다.
2010~20년 총인구는 줄었지만(357만명→339만명), 50대 이상은 33만명(120만명→153만명) 늘었다. 50대부터라고 보수성이 짙어지진 않으나, 과거 선거를 감안할 때 경향성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2017년 대선에서 유권자 비중은 4050세대가 제일 많았으나, 그중에선 40대가 더 컸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들 일부는 현재 50대로 접어들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보수 성향은 50대부터 34.2%~65.8%인데 비해 아랫세대는 19.7%~33.1%로 나타났다(2016년 한국의 사회동향).
선거란 게 변수가 많지만, 인구구조가 늙어갈수록 보수화되는 건 맞다. 일례로 일본의 보수집권이 간판만 바꿔가며 장기화되는 이유도 인구구조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은 덜하지만, 세계 전역에선 인구 공학이 정치지형을 엇가른다. 미국 대선도 그랬다. 낮은 백인 지지에도 불구,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건 다른 인종의 압도적인 지지 덕이었다.
절정 판은 2016년 대선이었다. 당시 인구변수가 미국 대선의 중심에 있었다는 분석은 설득적이다. 트럼프 정권창출은 이민증가를 경계하는 백인몰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은 사뭇 달랐다. 다민족성을 깬 민족주의에 맞서 유리한 조건에도 정권이 바뀌었다. 인종구성 변화추이를 보건대 향후 백인 지지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낮다. 더구나 이민인구의 출산율이 높아 영향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020년 아파트는 한국사회의 욕망·갈등이 배어난 공간이 됐다. 동시에 부동산 시세진단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된다. 그럼에도 좀체 알기 힘든 게 부동산값이다. 폭등이든 폭락이든 수요변화, 즉 인구변화가 자주 차용되나 그것만으로 결정되진 않아서다.
다만 큰 그림은 조심스레 그려진다. 고도성장과 인구증가가 끝난 판에 아파트만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기 힘들다. 시점이 문제지만, 공급·금리 등 기타변수와 함께라면 방향성은 간추려진다. 후속세대의 구매력을 능가할 결정변수는 없기에 당장은 혼조세를 보여도 길게는 조정기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수급이야말로 모든 걸 우선하는 법이다. 다만 미세판단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세대 숫자의 증가추세다. 총인구가 줄어도 집이 필요한 세대수가 늘면 값은 뛴다. 2020년 1인 가구(906만호)는 39.2%까지 늘었다. 4년 만에 161만 가구 증가했다. 2인 가구까지 합하면 62.6%로 압도적이다. 물론 구매력은 별도다. 1인 가구의 상당수가 만혼·비혼의 청년인구란 점에서 이들의 고용불안·실업압력은 면밀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베드타운화된 신도시도 인구통계로부터 자유롭진 않다. 한계수도에 맞선 탈(脫)서울화의 피로도는 깊다. 길게 봐 달라진 인구구성에 발맞춘 주거공급이 아닌 한 기존주택의 유령화는 불가피하다.
인구구조를 보건대 고려사항은 결국 차별화로 압축된다. 이대로면 서울은 공간적 절대우위를 독점할 수밖에 없다. 세계 어디를 봐도 경제력 집중공간의 재화가격이 떨어진 경우는 드물다. 일본만 해도 수도권 등 대도시 권역은 복합불황을 이겨냈다. 일자리가 서울에 존재하는 한 서울 집값은 신도시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공급자가 돼야 할 고령인구가 새로운 수요자로 변심했다는 점도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 중 하나다. 증여든 차익이든 기성세대의 자산 매집은 각자도생에 가깝다. 탓할 일은 아니다. 신뢰 자본이 적고 정책조차 엇박자인 현실이 낳은 결과다.
후속 세대는 영끌하든 포기하든 스스로의 또 다른 각자도생에 임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세대별 기 싸움의 승패로 엇갈릴 전망이다. 그럼에도 인구통계의 행간은 역시 한 방향을 향한다.
인구변화는 처음엔 느려도 한번 방향을 정하면 그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최근 몇 년간의 출산통계가 뒷받침한다.
인류역사 초유의 0.8명대 출산율(2020년 3분기 0.84명)은 한국사회의 제반 구조를 과격하게 전환하라 요구한다. 아마도 2021년이 원년인 듯하다. 더는 과거 시스템을 고집하기엔 여유도 명분도 없다.
2020년 출산과 사망이 엇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듯 기존체계의 수급구조는 하나둘 역전되기 시작했다. 미스매칭의 현실화다. 인구변화에 부응한 새로운 균형 회복은 시급한 과제다. 반발·저항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 새로운 실험 시도가 이제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복지개혁이 대표적이다. 복지는 세대부조적 성격 탓에 부담자와 수급자가 구분된다. 낼 사람은 적은 데(저출산) 받을 이가 많아지면(고령화) 유지되지 않는다. 세금으로 벌충해도 결국엔 외상장부일 수밖에 없다.
2021년은 베이비부머의 선두주자인 1955년생이 만으로 65세에 들어선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다. 부머(Boomer)란 말처럼 거대인구다. 반면 보험료를 낼 후속세대는 적어지는 데다 고용환경조차 불안해진다. 건강보험도 연간기준으론 적자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올해부터는 변화의 군불을 땔 수밖에 없다. 워낙 후폭풍이 커 당장 더 내라 말하긴 어려워도 루트는 정해졌다. 그나마 탄탄했던 정부 곳간도 나빠졌다. 증세의 저주에도 불구, 독배를 마셔야 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세계가 호평했던 한국 경제도 역동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중위연령은 1997년 30.3세에서 2019년 43.7세로 늘었다. 2050년이면 56.4세까지 뛴다. 연령이 낮을수록 혁신·창의적이라면 한국은 정적인 사회에 가깝다.
어렵지만 묘책 동원에 사활을 걸 때다. 모든 걸 제로베이스에 두고 지속가능성 하나에만 집중해 재편하는 게 좋다. 인구정책의 새판을 짜자는 얘기다. 당장 원인부터 정확히 발굴하는 게 먼저다. 왜 인구구조가 이렇듯 변했는지 겉이 아닌 속을 봐야 진단·치료가 이뤄진다. 2021년 인구 병이 깊어질수록 간절한 건 환자를 생각하고 위하는 명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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