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관객 1만명대... "극장 붕괴 직전 대책 필요"

입력
2021.01.15 07:10
21면
구독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CGV용산점 로비가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사람이 적다. 새해 들어 전국 평일 극장 관객 수는 고작 1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배우한 기자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CGV용산점 로비가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사람이 적다. 새해 들어 전국 평일 극장 관객 수는 고작 1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배우한 기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영화 1회 상영할 때마다 관객이 3명, 4명입니다. 많아야 8명이고요. 설 연휴 때까지 일단 버텨보고 극장 문을 닫을까 고민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심각합니다.”(서울에서 20년 넘게 극장을 운영해온 A씨)

극장 평일 전국 관객 수가 새해 들어 1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다. 극장업이 붕괴 직전에 이르러 영화산업까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극장들은 정부가 방역지침을 조정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평일 관객 수 2004년 이후 최저치

14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이후 평일 전국 관객수는 1만명대를 맴돌고 있다. 11일에는 1만776명에 불과했다. 2004년 통합전산망이 가동된 이후 최저치였다.

영진위에 따르면 영업 중인 전국 극장 수는 494개(2019년 513개)로 추산된다. 새해 들어 평일엔 극장 1개당 하루 20명 정도가 영화를 보러 오는 셈이다. 평일 극장 전체 매출은 1억원 안팎이다. 극장마다 하루 입장권 매출이 20만원 가량에 그치고 있다.

최근 극장이 처한 상황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 이후 급감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면서 5월부터 반등했다. 영화 ‘반도’(381만명)와 ‘강철비2: 정상회담’(179만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명) 등 화제작이 여름 시장을 겨냥해 잇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활기가 돌았다.

올해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악재가 여럿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실행에 따른 운영 제한이 가장 큰 악재다. 관객 사이마다 빈 자리를 두어야 하고, 오후 9시까지는 영업을 종료해야 한다. 극장 영업이 제한 받고 관객 수가 급감하니 영화사들은 영화 개봉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이웃사촌’이 개봉한 이후 극장에서 선보인 국내 상업영화는 없다. 올해 화제작들의 개봉 시기는 불분명하다. ‘서복’과 ‘인생은 아름다워’, ‘새해전야’ 등 지난 연말 선보이려다 개봉을 연기한 영화들조차 관객과 언제 만날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절단낸 국내 극장 매출 단위: 100억원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 전체 흔들

지난해 극장 입장권 매출액은 5,103억원이었다. 2019년(1조9,139억원)보다 1조4,036억원이 줄었다. 극장은 입장권 수입의 45%가량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몫이다. 극장이 지난해 거둔 입장권 수입은 약 2,3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2019년 49.5%) 멀티플렉스 체인 CGV(2019년 국내 매출액 1조464억원)는 한달 임대료만 200억원이다. 입장권 수익으로는 임대료의 반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극장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했던 식음료 판매와 광고 매출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최근 CGV 직영점 7곳이 문을 닫았다”며 “예전 성수기 때는 CGV용산점에서만 하루 관객이 1만명을 넘었는데, 최근 관객 수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 입장권 판매 창구가 텅 비어있다. 배우한 기자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 입장권 판매 창구가 텅 비어있다. 배우한 기자


극장의 위기는 영화산업의 위기다. 2019년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2조5,093억원이었다. 극장 매출이 76.3%를 차지했다. 극장 매출이 줄면 영화사들의 재정이 악화되고, 새 영화 제작도 힘겨워진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넷플릭스 등에 영화 판권을 넘기는 건만으로는 영화사들 수익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영화산업 전체를 고려한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극장은 살 길을 모색 중이다. CGV는 신작 개봉을 유도하기 위해 부율(극장 수익 배분 비율, 서울 기준 외화는 극장이 40%, 한국 영화는 극장이 45%)을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에 유리하게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안을 다음주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상영관협회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상영관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영화산업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영관협회는 “2자리 착석 후 1자리를 띄우는 현실적인 거리 두기 운영 안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좌석의 70%까지는 가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