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여점 해외에...'앙부일구'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등 의미 있는 환수도

입력
2021.01.16 04:30
<1>?국외소재문화재, 어떤 게 돌아왔나

편집자주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그 동안 잘 몰랐던 국외문화재를 소개하며, 활용 방안과 문화재 환수 과정 등 다양한 국외소재문화재 관련 이야기를 격주 토요일마다 전합니다.

19만3,136점.

총 21개국에 퍼져 있는 국외소재문화재 현황(2020년 4월 기준)이다. 일본이 8만1,889점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잇는 건 미국이다. 미국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있는 문화재를 포함해 총 5만3,141점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는 1만2,984점이 있다.

유럽에도 상당량의 한국 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독일(1만2,113점), 영국(7,638점), 프랑스(5,684점) 등이다. 러시아에도 5,334점이나 되는 꽤 많은 양의 한국 문화재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외 소재의 한국 문화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민속품이나 도자기류이다. 하지만 일부 소장품은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명품이어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우리 품에 돌아온 756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세워진 2012년 이래, 재단이 환수한 우리나라 문화재의 수량은 756점에 이른다. 물론 숫자상으로 적은 양처럼 인식되지만, 되찾기 어려운 문화재뿐 아니라 해외로 불법 반출된 불교 문화재까지 포함돼 있어 그 의미는 작지 않다.

환수된 문화재를 연도 순으로 살펴보면, 2013년 미국 버지니아주 허미티지박물관에 있던 조선시대 비단 채색 불화 ‘석가삼존도’를 환수한 게 첫 시작이다. 재단은 한국 문화재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해온 미국계 기업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허미티지박물관을 후원하기로 하면서 박물관으로부터 석가삼존도를 기증 받을 수 있었다. 2014년에는 미국 경매에 출품된 조선 후기 그림인 ‘곽분양행락도(중국 당나라 장수 곽자의의 생일잔치를 그린 그림)’를 낙찰 받아 환수했다.

2015년도에 들어와서는 역시 미국 경매에 출품된 18세기 불화 ‘선암사 동악당 재인대선사진영’ 등 3건을 환수했다. 선암사 동악당 재인대선사진영은 전남 순천 선암사의 보물이었다가 도난 당해 미국 경매장까지 흘러 간 명품 불화다. 19세기 중후반 경남과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승 선종의 작품인 ‘범어사 극락암 칠성도’의 환수도 이 때 이뤄졌다.

그 동안 사찰의 불교 문화재는 국외 경매를 통해 간간이 출품되었지만, 불교계가 이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파악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제반 절차를 지원했고, 이는 사찰에서 사라진 많은 불교 문화재를 찾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분청사기상감 경태5년명(景泰5年銘) 이선제 묘지. 조선 전기 학자이자 관료인 이선제의 생애를 적어 무덤에 묻었던 묘지다. 15세기 묘지 제작의 경향과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어 도자사 연구에 매우 귀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 받았고, 2018년 6월 보물 제 1993호로 지정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16년에는 비록 한 점에 불과하지만 독일 경매에 출품된 ‘석천암 지장시왕도’를 환수했다. 지장시왕도는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불화다. 2017년에는 일본에서 ‘분청사기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墓誌ㆍ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는 돌)’ 등 3건을 환수했다. 해당 묘지는 조선 세종 시기 문신이었던 이선제의 묘지다. 광산 이씨 문중의 묘에서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는데, 이를 밝혀 소장가로부터 무상 기증을 유도함으로써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해당 유물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보물(1993호)로 지정됐고, 당당히 국립박물관의 전시돼 일반 국민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2018년은 대거 환수가 이뤄진 뜻깊은 해였다. 프랑스 경매를 통해 들어 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과 미국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덕온공주 동제인장’, 미국 소장자로부터 환수한 ‘덕온공주 집안 한글자료’ 68점 등을 환수했다.

특히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과 ‘덕온공주 동제인장’을 환수한 건 의미가 깊었다. 비슷한 시기 한 궁궐에서 일생을 보냈던 두 왕실 여인의 유품이 150년 가까이 외국을 떠돌다 고국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은 순조 첫째 아들의 비인 효명세자빈을 책봉할 때 수여된 조선왕실의 의례 상징물로, 당시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덕온공주 동제인장은 조선왕조 마지막 공주(정실 왕비가 낳은 딸)인 덕온공주의 인장으로, 쉽게 보기 힘든 공주의 인장이다. 덕온공주는 23세에 요절한 순조와 순원왕후의 셋째 딸이다.

2019년에도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이 기증한 ‘조선시대 문인석’ 등 많은 환수가 이뤄졌다. 개인 및 기관의 기증이 중심이 된 환수가 많았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은 모자합(母子盒·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입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2020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재단 역시 활동의 제약이 컸다. 국외 중심의 조사와 환수를 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국외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경매의 경우 현지 조사와 경매 참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해 한 해의 환수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 다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환수는 진행됐다. 그 중 하나가 전 세계에 남아있는 20여 점의 고려 나전칠기 가운데 동일한 형태의 유물은 단 세 점에 불과했던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은 필자와도 연이 깊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은 2005년 필자가 최초로 일본의 소장가로부터 출품을 허락 받아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천년을 이어온 빛, 나전칠기’ 전시에 출품된 것을 계기로 대중에게 알려졌고, 이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받았었다.

그런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돌아온 게 2020년이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필자와 재단 실무팀이 현지로 날아가 소장자와 최종 계약을 맺으면서다. 하지만 불과 2주만 계약이 미뤄졌어도, 코로나19로 불가능했을 수 있었다.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했던 아찔한 경험이다.

미국 경매에서 찾아 지난해 말 국내로 들어온 ‘앙부일구’도 어려움 속에서 환수에 성공한 귀한 문화재다. 재단은 미국 현지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현지 출장 조사가 어렵자, 현지 파견 직원을 통해 실물 조사를 마치고 어렵사리 경매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유물은 상태가 완벽하고 은입사를 포함한 세부 문양이 정교한 조선시대 과학 문화재의 명품으로, 반드시 우리 품에 돌아와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이었다.

환수된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는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국외문화재를 통한 문화외교

이처럼 재단이 해야 할 일은 환수가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증 유도, 구입 등 보다 다양하면서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 반출된 문화재이니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에서는 벗어났음 한다. 국외 소재 문화재가 현지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 국립박물관은 한번쯤 들르게 된다. 잘 알려져 있는 세계의 유명 박물관에는 한국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왜 한국실은 이렇게 초라하나요?’ 필자가 박물관에 재직할 때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중국실과 일본실에 비해 한국실은 왜 유물이 적냐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명쾌한 답은 현지 유물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세계 곳곳의 우리 문화재들이 당당히 문화사절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외소재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전시 및 교육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현지에서 널리 알리고 그 의미를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은 중요하다.

얼마 전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국에 있는 가장 보고 싶은 문화재는 일본 덴리대가 소장하고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였다. 그 이유는 이 그림이 교과서에 실려 있어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도 있지만, 일본 현지에서 국내의 반환 요구를 우려해 공개를 꺼리는 특유의 폐쇄성도 한 몫했다.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후쿠이현 조구신사 소장의 연지사종은 통일신라 833년에 제작된, 우리에게는 단 한 점도 남아있지 않은 9세기의 유일한 편년자료다. 이 종을 반환 받고자 원래의 보관 장소였던 진주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10년 넘은 반환 운동이 있었는데, 결국 그 모습이 공개된 건 반환의 언급이 사라졌을 때였다.

이처럼 환수와 활용은 종잇장의 앞, 뒷면과도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방안의 모색과 절충이 필요하다. 불법적으로 반출된 국외소재 문화재는 환수가 우선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의 해외 소재 문화재에 관해서는 현지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보호하거나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반환이냐 아니냐라는 단순화된 이분법으로 국외소재 문화재를 보면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화재 환수를 마치 사자가 사냥하듯 공을 들여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초대 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안휘준 선생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찾아와야 할 문화유산은 아직도 많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해외 한국문화재를 만나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