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난입 내란 선동” 트럼프 2번째 하원 탄핵 오명

입력
2021.01.14 06:38
수정
2021.01.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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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6일 의회 난입 선동 혐의 탄핵
민주당 전원, 공화 의원 10명 탄핵 찬성
탄핵안 상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텍사스주 알라모 미국-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미 하원은 13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알라모=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텍사스주 알라모 미국-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미 하원은 13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알라모=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임기 중 두 번째 탄핵을 당했다. 미국 역사에서 두 번이나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낮고, 20일 임기 종료로 최종 탄핵 여부도 불투명하다.

미 하원은 이날 오전부터 회의를 열어 민주당 의원들이 11일 발의한 탄핵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토론을 거쳐 오후 4시 37분 찬성 232표, 반대 197표, 기권 4표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민주당 222석, 공화당 211석으로 구성돼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중 10명이 탄핵 찬성 표를 던졌다. 이날 토론 과정에서도 최소 7명의 공화당 의원이 발언과 입장문 등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1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기 위해 하원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1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기 위해 하원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며 "그가 선동한 폭동으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물러나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국가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는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2명이 있었다. 이들에 대한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지난해 2월 부결됐다. 이번 탄핵안도 상원 통과를 위해선 정원(100명)의 3분의 2(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50석 동률이어서 통과 가능성은 낮다.

10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시민이 '탄핵(IMPEACH)'이란 단어가 적힌 깃발을 들고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0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시민이 '탄핵(IMPEACH)'이란 단어가 적힌 깃발을 들고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백명이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를 중단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경찰 1명을 비롯해 5명이 목숨을 잃었다. 1776년 미국 건국 후 의사당에 시위대가 침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었다.

민주당은 의사당 난동 사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을 조장했다며 탄핵을 추진했다. 이들은 탄핵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의 의사당 난입 과정에서 ‘내란 선동’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의도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한 폭력을 유발했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와 정부제도를 심대한 위험에 빠트렸다”며 “그가 직에 계속 있으면 헌법, 민주주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회의장과 사무실을 점거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회의장과 사무실을 점거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탄핵 사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크고, 사악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며 “엄청난 분노, 분열,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화당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민주당 주도 하원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지도부가 속출하면서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은 “이보다 더 큰 미국 대통령 직과 헌법에 대한 반역은 없었다”며 탄핵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이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탄핵 반대 표결 당론을 공식화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탄핵안 통과를 용인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의 변심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매코널 대표가 측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탄핵 당할 만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믿고, 민주당이 그를 탄핵하려는 것이 기쁘다”라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의회 내 트럼프 대통령 최대 우군인 매코널 원내대표의 ‘트럼프 거리두기’인 셈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탄핵안 상원 최종 통과에는 반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방식이 상원선거 패배를 이끄는 등 공화당 자산을 갉아먹는다고 본다. NYT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버려야 할지, 계속 일을 하게 해야 할지를 두고 ‘난처한 불확실성’만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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