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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첫 '차 없는 거리'...거리 공연 메카 된 도심 속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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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인 예술·문화 거리, 혜화동 대학로는 우리나라의 '차 없는 거리의 시초'다. 1985년 5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마다 열린 ‘대학로 차 없는 거리’는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 호흡하는 거리 예술공연의 간판 무대가 됐다. 상업화 여파로 의미는 다소 퇴색했지만 여전히 예술과 젊음, 낭만이 뒤섞여 숨쉬는 곳이다.
경기 지역에도 대학로 못지않은 거리가 있다. 의정부 의정부동 행복로 문화의 거리. 젊은이들로 활력이 넘치는 '차 없는 거리'다. 2009년 5월 조성돼 '경기 지역 최초의 차 없는 거리' 타이틀을 갖고 있다. 서울 대학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행복로 문화의 거리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기존 도로를 아예 없애고 보행자 전용 거리로 다시 만들었다는 점이다.
길이 607m의 행복로로 들어서면 위용을 내뿜는 기마상 하나를 만난다. 조선 태조 이성계다. 그 뒤로는 5개의 공연광장이 연이어 펼쳐져 있다. 공연무대를 감싼 높이 14m, 길이 25m 크기의 미디어 루프(천정형 화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접목한 대형 화면인 미디어 루프는 행복로 거리 공연 때마다 압도적인 시각적 효과를 낸다. 무료 공간인 이 화면은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로도 유명하다.
수변광장은 자연 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하늘 향해 쭉쭉 뻗어있는 금강소나무 64그루가 길게 이어져 작은 숲을 이루고 그 사이에 꾸민 작은 계곡과 실개천에는 맑은 물이 흔른다. 중간에 연못도 있다. 복잡한 도심 복판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행복로 한가운데 있는 중앙광장엔 행복한 부부가 얼굴을 마주한 '부부상'과 행복로 상징 조형물인 밀레니엄 오벨리스크(한국의 전통 종 모형)가 서 있다. 노천카페를 연상케 하는 벤치와 하트 모양이 새겨진 보도블록도 이색적이다. 첨단 조명시설이 눈길을 사로잡는 빛의 광장과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리광장도 소복이 내려앉은 눈과 어우러져 겨울철에도 운치를 더한다.
거리 양 옆으로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잡화점, 식당, 옷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젊음과 예술, 패션이 한데 어우러진 거리라는 느낌이 단박에 든다.
지난 12일 이 거리를 찾은 날엔 거리 곳곳에 하얀 눈이 잔뜩 쌓여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궂은 날씨였지만, 거리 사이사이로 오가는 시민들이 많았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30대 부부, 맛집으로 향하는 40, 50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행복로 근처에 직장을 둔 이현미(51)씨는 “이곳이 예전에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했던 도로였다는 게 믿기지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모습의 거리로 자리 잡았다”며 “쉬는 날에도 가끔 가족들과 함께 차한잔의 여유를 즐기려 행복로를 찾는다”고 말했다.
행복로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하루 유동인구가 5만명에 달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행복로는 야경 명소로 변신한다. 터널분수, 거리 폴, 상징 조형물, 수목, 보도블럭 등 거리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 밤낮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야경은 행복로가 주는 다양한 매력중 하나”라며 “현재는 코로나19로 조명을 켜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풀리면 야간조명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의정부시의 행복로 조성 사업은 도전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방식의 도시재생 사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존 도로를 뜯어내고 보행전용 거리를 만든 곳은 전국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내 첫 시도였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당시 벤치마킹할 곳이 없어 서울 인사동 거리를 참고해 행복로를 조성했다”며 “교통·도시환경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사업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하루 수천대의 차량이 오가는 시내 중심부의 왕복 4차선 도로(중앙로)를 없애는 일에는 운전자들은 항의했다. 상인들도 “차량 통행이 끊겨 상권이 붕괴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시민들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는 사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찬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계획 수립 2년만인 2009년 5월 첫 삽을 떴다. 기존 도로에 깔린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각종 나무와 꽃을 심었다. 101억원이 들어갔다. 같은 해 12월 도심 복판을 가로지르던 중앙로(역전로타리~파발로타리)는 사람 중심의, 차 없는 거리로 거듭났다. 길이 607m, 폭 20m, 전체 면적 1만4,200㎡ 규모다.
이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와 ‘시민 휴식 공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데 성공했다.
행복로에서 K부동산을 운영하는 이성연씨는 “차 없는 거리로 바뀐 후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상가 가치가 2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행복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박우대 원장은 “행복로는 이제 경기북부의 최대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사업 초기 시민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효과들도 쏟아졌다. 도심 한복판의 4차선 도로가 없어지면서 역전 교차로와 파발 교차로로 이어지는 오거리가 사거리로 바뀌었다. 이곳 차량 대기시간이 3분 40초에서 40여초 단축되면서 오히려 교통환경이 개선됐다. 기존 중앙로를 폐쇄하기 전 사전 연구용역을 통해 교통 신호체계를 바꾼 게 주효했다.
의정부 행복로는 시민 쉼터를 넘어 문화예술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선형 공간이다. 비보이페스티벌과 의정부음악극축제 등 전국 규모의 문화예술축제와 라이브 버스킹, 드럼연주 등 크고 작은 공연이 한해 100회 이상 열린다. 거리공연의 메카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행복로의 또 다른 매력은 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시는 행복로에 상주하는 2명의 관리 및 청소인력을 지난해 말 6명으로 늘렸다. 행복로 조성 초기 거리 곳곳에 어지럽게 설치돼 있던 입간판, 에어라이트 같은 불법유동광고물도 지속적인 단속으로 정비했다. 거리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상인들이 자진 철거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의정부시가 2019년 시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복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행복로 청결상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자연스럽게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86억원을 들여 행복로와 그 주변 상권인 제일시장, 의정부시장, 녹색·로데오·부대찌개 거리 등에서 운영 중인 2,400여 개 점포를 하나의 상권으로 묶었다. 통합브랜드를 만들고 그 중에서도 스타 점포를 육성하는 등 다양한 사업도 상권 변신에 힘을 실었다.
의정부시는 행복로를 거리 문화예술의 성지로 만들 계획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행복로는 시민들이 아끼는 의정부 명소가 됐다"며 "경관 조명과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거리 공연을 늘려 젊음과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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