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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는 금액' 알려주라는 파견법은 '종이 호랑이'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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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피·땀·눈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중 수십, 혹은 수백만원을 늘 떼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제9조)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시리즈의 다른 기사들과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고,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물어봐도 안 알려줄걸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파견ㆍ용역업체에 떼이는 중간착취 금액에 대해 물으면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다. 12년 차 프리랜서 IT개발자 홍윤기(45)씨 역시 "단 한 번도 제대로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1998년 제정 당시부터 파견근로의 대가(노동자의 급여·수당 등의 인건비 및 파견사업주의 적정한 이윤 등)를 서면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명시해뒀다. 2006년에는 노동자가 요청할 경우 즉각 알려줘야 하고, 거부하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처벌 조항도 덧대졌다. 정부는 "파견사업주의 과도한 중간 공제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2020년 근로자 파견 대가 공개 조항을 지키지 않아 처벌을 받은 사례는 단 2건(2017·2019년)에 그쳤다.
정부가 직권으로 단속하는 경우도 없고, 노동자는 철저한 '을' 입장이라 나서지 못한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파견사업주가 그만두라면 그만 둬야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파견 대가를) 물어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문상흠 노무사도 "본인이 받을 임금이 아니라 파견업체가 가져갈 몫까지 관심을 둘 여유를 가진 노동자는 드물다"라고 했다.
하도급 형태로 용역계약을 맺었다면 중간 공제 내역을 공개할 법적 근거도 없다. 파견 노동자는 2년 이상 일하면 원청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 때문에 용역 형태를 선호한다. 2020년 8월 통계청 기준 용역 근로자의 수(55만2,000명)는 파견 근로자(16만4,000명)를 훨씬 웃돈다.
구직자에게 일정 금액을 소개비(최대 3개월간 월급의 1%)로 받을 수 있는 직업소개소 역시 실상은 10% 이상을 떼어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관리·감독은 부재했다. 한국일보가 서울·경기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소개 수수료 과다 징수(직업안정법 제19조 3항 위반)로 단속된 건수는 11년간(2010~2020년) 13건에 불과했다. 처벌 수위 역시 경고(3건), 과태료 및 영업 정지(10건) 수준으로, 직업소개소 등록을 취소당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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