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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국파도, 홍콩 민주파도..."美 의사당 난입, 홍콩 시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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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워싱턴 국회의사당(캐피톨) 난입 사건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많은 애국주의 성향 중국인들의 샤덴프로이데(남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를 자극했다.
이들은 미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입법회(홍콩의 의회) 건물까지 들어간 것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홍콩 민주화 시위대에게 박수를 보냈던 미국인들이 미국 시위대 난입에는 분노했다며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했다.
그런데 미국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중국인 중에는 눈에 띄는 그룹이 더 있다. 바로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다. 이들은 트럼프를 미국의 가장 강력한 반중 인사로 믿고, 미국 의사당 난입 시위대를 응원하며 자신들과 동일시하고 있다.
홍콩 문제를 두고 서로 정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두 중국인' 집단이, 엉뚱하게도 "미국 트럼프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은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난입과 같다"고 말하는 점에는 '의견 일치'를 본 셈이다.
6일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미국 상하원의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인증하는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의사당에서 혼란을 일으킨 시위대와 홍콩 입법회 회의장에 난입한 민주화 시위대 사진을 붙여 올린 뒤 조롱하기 시작했다.
중국판 트위터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웨이보(微博) 이용자들은 의사당 난입 소식에 미국의 "이중 기준"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올렸다. 한 이용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침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는데 홍콩 입법회에 대해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도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인민일보 산하 영문지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에 "낸시 펠로시(미 하원의장)는 한때 홍콩 시위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했는데, 미국 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이 매체의 후시진 편집장은 미국 의사당 난입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한 미국 신문들을 늘어놓고 "폭동이 맞다. 하지만 워싱턴이 개발도상국의 수도였다면 미국 언론들은 '워싱턴의 봄'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애국주의 성향을 보이며, 중국 공산당을 옹호한다는 점 때문에 서구 이용자들 사이에선 '탱키(Tankie)'라 불린다.
탱키는 영국에서 20세기 후반 소련이 동유럽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을 무조건 옹호하는 공산당원을 비판할 때 쓰던 말이다. 지금은 중국 공산당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전차(Tank)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한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홍콩을 향한 개입을 강화하는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선 '관변 평론가'들이 글 하나를 올릴 때마다 5마오(0.5위안)씩 받는다고 해서 ‘우마오당(五毛黨)'이라는 별칭도 있다.
그런데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반 CCP(중국 공산당)' 네티즌 일부는 외려 적극적으로 입법회 난입과 워싱턴 의사당 난입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 이들은 가장 강력한 '반중' 정치인인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미국 극우매체 중 하나인 브레이트바트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트윗을 삭제하다 결국 계정을 정지시킨 트위터에 항의해 프로필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의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에 동참한 한 네티즌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검열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대선은 조작됐다'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었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12일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탄압당한 종교집단 파룬궁(法輪功) 계열 언론 '에포크타임스' 등이 미국 대선 관련 가짜뉴스를 유튜브를 통해 열심히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포크타임스는 2016년 이후 뚜렷한 친(親) 트럼프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주류 언론은 소수 기업에 장악됐다"는 등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물론 "홍콩 시위대와 미국 시위대는 정 반대"라고 주장하는 중국 네티즌도 있다.
이들은 2019년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난입은 홍콩 안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민주화 요구가 반영된 선거 결과를 홍콩 행정 당국이 무시하고 민주파 소속 의원들을 제명하는 등 억압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반면 미국 시위대는 이미 나온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정 반대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 전문 온라인 매체 '섭차이나' 선임기자인 프리랜서 언론인 카이저 궈는 "홍콩의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이번 시위를 홍콩 난입 시위와 동일시하려는 이들이 있다"며 "이들의 이런 시도 때문에 두 나라의 자유주의자들이 어색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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