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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더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입력
2021.01.13 22:00
27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뉴스1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뉴스1


정세균 총리가 이 시국에 얼마나 힘들겠냐며 눈물을 흘렸다. 자영업자들을 걱정하며 그랬다고 한다. 홍남기 부총리도 국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행정부의 고관들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거론하면서 흘린 눈물이라니 놀랍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눈물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급하다. 우리는 예산이 뭔지, 추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다만 이러다가 다 죽겠다 싶은 시장 상황은 알고 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니, 다들 입 닫고 방역에 협조하면서 버텨왔다. 옛 군사정권 시절, 12시 영업제한 조치를 내렸을 때 알음알음 다들 숨어서 장사하고 술 마셨다. 대부분 죄책감이 없었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강제조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 엄중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우리 시민들, 소상공인들(말이 좋아 상공인이지 다수가 그냥 밥집 술집 노래방 주인이다)은 꾹 참고 견디고 있다.

정부에서 3차 소상공인 지원금을 푼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수가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최대 300만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현실이 그렇다. 가게 한 달치 월세나 겨우 앞뒤로 맞출 정도다. 월세 주고 나면 끝이다. 그 돈이 귀한 국민 세금이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너무 적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 식당하는 동포들 소식을 듣기 때문이다. 미국은 PPP프로그램을 이미 한 차례 세게 돌렸다. 급여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건데, 한 달 평균 급여 총액의 2.5배를 줬다. 예를 들어 한 식당이 10명의 직원을 평균 급여 300만원에 쓰고 있다면, 7,500만원을 받았다. 일종의 대여금(loan)이지만, 급여와 월세, 공과금에 쓰면 사실상 갚지 않는 돈이다. PPP는 연방정부 몫이고, 각 지방정부나 시에서도 지불해 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장사하는 한 동포는 5,000달러를 추가로 받았다고 알려 왔다. 그것도 모자라 3.5배를 지급하는 슈퍼 2차 PPP도 예정이라고 한다.

부자 미국과 우리를 같이 보느냐, 미국은 코로나가 워낙 심해서 장사를 거의 못하고 있지 않으냐고 할 분도 있겠다. 하지만 양국의 경제력 차나 코로나의 엄중함보다 지원금 액수 차가 너무 커 보인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결코 낮지 않다. 3만달러를 훌쩍 넘었다. 잘산다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독일의 경우도 셧다운을 내리고, 배달과 테이크아웃 등으로 식당이 겨우 굴러가는데 정부 지원금이 이전 연도의 75%에 이른다. 매출은 형편없이 떨어졌는데 도산하는 식당, 카페가 없는 이유다. 일본은 미국, 유럽처럼 화끈하게 쏘지는 않았지만 후하다는 느낌을 준다. 코로나가 심한 도쿄도와 인근 현을 포함하여 저녁 8시 영업 종료를 받아들이면 하루 6만엔, 한 달 기준 180만엔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영업 방식과 자영업 형태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비교가 될 사례다. 물론 한 달이라는 한정을 달았지만, 추후 상황을 보아 다시 지급할 걸로 예상된다고 한다. 가게가 대체로 작은 일본에서 한 달에 약 2,000만원 가까운 돈은 확실한 효과가 있다. 다른 나라 정부가 돈 쌓아두고 푸는 것도 아니다. 다 빚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방역하느라 큰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임계점을 넘었다. 지금이야말로 돈을 좀 풀어야 할 때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정부 예산은 빚좀 져도 되는 거다. 흑자 내는 게 목표인 회사가 아니다. 시장을 살려놓고, 그래서 고용도 유지되어야 세금도 내고 그걸로 예산 채워서 정부 운영하는 거 아닌가. 정부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 더 아쉬운 대목이다.



박찬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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