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열고 움직이자"... 유영민 체제 靑은 '불통'과의 전쟁 중

입력
2021.01.13 14:00
수정
2021.01.13 15:01
8면
구독

매일 아침 비서실장 주재 회의 없애고?
'움직이는 청와대 조직'으로 전환 지시
"불통 이미지 불식 아이디어 내라" 주문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7일 청와대 본관에서 비대면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7일 청와대 본관에서 비대면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취임 후 청와대에서 나오는 말이다. 특히 '공감'과 '소통'에 대한 유 실장의 의지가 상당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단단히 이른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변화를 작심했다는 얘기다. 변화의 이유를 유 실장의 성향과 성품에서 찾는 이들도 많다. 유 실장은 정치권과 내각에서 '스킨십에 능하다'는 평을 들었다. 소통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비교하는 말도 적잖이 오르내린다.


불통 아닌 소통으로... 靑 회의 체계도 바꾼다

13일 청와대 안팎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 실장은 최근 "문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고 참모들에 지시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생각하라"고도 주문했다.

최근 들어 문 대통령이 '일방적 통치자'로 비치는 데 대해 유 실장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현안에 침묵하는 일이 많았고, 야당 반대에도 장관급 인사 26명 임명을 강행하는 등 '공감하는 국정'에 그다지 방점을 찍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실장이 거듭 강조하는 말이 그래서 '공감과 소통'"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회의 체계가 바뀌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일단 매일 아침 비서실장 주재로 열던 현안 회의를 '필요할 때' 여는 것으로 바꿨다고 한다. 회의 횟수 자체를 줄이고, 소수의 고위급 참모 위주였던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로 알려진다. 유 실장은 '열린 회의'를 중시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면 회의 참석자를 늘려야 한다" "청와대 내부에서만 논의하지 말고 외부 의견도 적극 들어라" 등의 당부를 했다는 전언이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취임 일성 "움직이는 청와대"... 본인도 움직인다

유 실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움직이는 청와대'를 주문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권력기관이라는 상징성에 갇혀 유연성과 기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문제를 보완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비서실장 임명 당일 기자들에게 한 말도 "바깥에 있는 여러 가지 정서와 의견들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께 부지런히 전달하겠다"였다.

11일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고개를 숙인 데에도 유 실장의 의견이 반영됐다. 여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란과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문 대통령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쪽에 유 실장이 무게를 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그림자형 비서실장'보단 '움직이는 비서실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엔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 등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가 중대재해기업법 제정 요구 단식농성장을 찾아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을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나려는 의지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참모가 여기저기 다니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대통령을 직접 향하는 화살이 줄어든다"며 유 실장의 행보를 호평했다.

지난달 31일 노영민(왼쪽) 전 비서실장과 유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에서 각각 이임사, 취임사를 한 뒤 끌어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달 31일 노영민(왼쪽) 전 비서실장과 유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에서 각각 이임사, 취임사를 한 뒤 끌어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밤의 총리' 별명… 靑에선 노영민과 비교도 '솔솔'

유 실장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열려 있고 경청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유 실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았는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소통해 시도당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스킨십도 특장점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취임해 약 2년 재임하는 동안 국무위원 간 모임을 자주 주선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런 유 실장을 '밤의 총리'라고 부른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유 실장을 낙점한 것도 그런 모습 때문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유 실장의 초기 행보는 노영민 전 실장과 비교되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영민 전 실장은 소통 쪽에 그렇게 많은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유 실장은 상당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 기능이 회복돼 가고 있다"는 말도 청와대에서 흘러 나온다.

노 전 실장은 2019년 1월 취임하면서 '대통령이 국정을 구상할 시간을 확보해 드리기 위해 대면 보고를 줄이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대국민 소통'보단 '대통령 보좌'를 대통령비서실의 중점 기능으로 봤다는 뜻이다.


신은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