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앙' 현실이 된 美 의회 폭동… 대피 의원 2명 확진

입력
2021.01.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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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주변에 주방위군 병력이 도열해 경비를 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주변에 주방위군 병력이 도열해 경비를 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폭력 사태로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새 진앙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방역 조치 없이 대피했던 하원의원 두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조 바이든 당선인 취임을 코 앞에 둔 미 정가에 비상이 걸렸다.

11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왓슨 콜먼(75)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콜먼 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일부 동료와 대피한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수백명의 다른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에 고립됐다. 척 플라이시먼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날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공개하며 “대피 도중 얼마나 많은 의원과 접촉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무질서와 폭력이 횡행했던 의사당 폭력 사태 이후 보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코로나19 확산을 경계했다. 미 전역에서 모인 친(親)트럼프 시위대 수백명이 의사당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고성을 지르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의원들도 거리두기가 여의치 않은 좁은 실내 공간에 한꺼번에 고립돼 방역 체계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던 탓이다. 실제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 사람들(시위대)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타고 전국의 집으로 가고 있다”며 “매우 큰 코로나19 확산을 이끌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지역사회 감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회 내 후폭풍은 확실해 보인다. CNN방송과 CBS방송 등은 앞서 난입 당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착용을 요구하는 동료들의 지적도 거부했다고 공개했다. 미 의회 전문의인 브라이언 모너핸 박사는 “의원들이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자에게 집단으로 노출됐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20일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워싱턴 정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난입 사태로 비틀거리는 워싱턴이 바이러스 급증이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워싱턴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290명)는 코로나19 발병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지역감염 확산 가능성도 여전하다. 새라 로젠바움 조지워싱턴대 밀켄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의회 난입은) 코로나19 전파의 초대형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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