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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노동
·투자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동남아 무역중심지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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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한국일보>
한국인에게 베트남은 여전히 국가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이미지가 강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베트남은 고속 경제성장과 함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법ㆍ제도 정비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멈춰 섰던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각 부처에 법령 정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포스트 감염병’ 시대를 철저히 준비했다. 결실은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노동법과 투자법으로 나타났다. 10여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두 개정안은 베트남의 원대한 야심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젊은 나라다. 1억명에 가까운 인구 가운데 40%가 24세 이하일 정도로 활력 넘치는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열까지 높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노동인력보다 기술 습득 속도가 훨씬 빠르다. 문제는 법이었다. 기존 노무 규정이 급격한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베트남은 그간 노동권 취약 국가로 분류돼 왔다.
현지에 진출한 9,000여개 한국 기업들도 노동법의 맹점을 악용해 폭리를 취한 게 사실이다. 용역이나 위탁계약 형태로 현지 근로자를 고용한 뒤 최저시급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했고,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등 경영권을 마구 휘둘렀다. 외국인 주재원들에게 보편적인 현지 가사도우미 사용도 마찬가지였다. “나가라”는 한 마디로 해고 절차는 끝이었다.
수년간 이런 피해 사례를 수집ㆍ분석한 베트남 정부는 마침내 올해부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는 개정 노동법을 전격 시행했다. 개정 법령은 노동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간접 고용이나 가사도우미 등 구두 고용 노동자들까지 보호 범주에 편입시켰다. 모호했던 기존 3가지 정리해고 요건 역시 5가지로 세분화해 기업들이 명확한 사유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노동비자를 받은 뒤 2년 단위로 무한 연장이 가능하던 외국인 노동허가 제도도 한번의 연장만 허용하고 추가 검증을 통해 신규 발급하는 쪽으로 강화했다. 유동호 법무법인 지평 하노이 사무소 대표변호사는 13일 “개정 노동법은 불시 근로감독 관리 강화는 물론 성희롱 방지와 양성평등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노무 리스크가 커진 만큼 바뀐 규정을 꼼꼼히 숙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도 우리 기업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꾸준히 지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노완 대사는 “지난해 6월부터 고용노동관을 중심으로 개정 노동법의 득실을 설명하는 자리를 베트남 전역에서 30차례 마련했고 올해도 지방을 계속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이 노무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는 것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장기 구상과 맞닿아 있다. 목표는 싱가포르를 뛰어 넘는 ‘동남아 무역 중심지’다. 이행 과정도 비교적 순조롭다. 세계은행(WB)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2.8%의 플러스 성장률을 찍었다. 현지 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는 “-8.1% 성장을 기록한 필리핀처럼 노동집약산업 비중이 높은 저소득국가일수록 감염병 창궐로 인한 경제 피해가 크다”면서 “베트남은 이제 중공업을 바탕으로 한 중개무역 및 M&A 시장 신흥국으로서 첫 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해외 기업들도 베트남의 변신에 대규모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산업생산 시설(그린필드)에 대부분 투자되던 자금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현지기업 M&A나 지분 확보(브라운필드) 영역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당장 한국만 보더라도 브라운필드 투자액이 지난해 3분기 7억7,4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아직 전체 투자액의 25%에 불과하지만, 그린필드 투자 규모를 앞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돈이 몰리다 보니 베트남 정부도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버무려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개정 투자법이 근간이다. 먼저 외국기업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투자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개정법은 “국회가 외국인 투자금지 분야를 발표하고 그 외 투자에 대해선 내국인과 동일하게 취급한다”고 명시, 개방 영역의 투자 조건을 단일화했다. 또 6조동(2,800억원) 이상 투자를 실행하는 프로젝트 등에 한해 기존 규모에서 50% 상향된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M&A를 무작정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그 동안 눈감아 줬던 현지 차명주주를 통한 투자가 적발되면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처벌 조항을 투자법에 포함시켰다. 이어 외국인 투자법인 간주 기준도 기존 지분 51% 이상에서 50% 초과 확보로 하향 조정했다. 외국인이 50% 이상 51% 미만의 지분을 획득해 회사 소유권을 가진 뒤 내국기업 특혜까지 받던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배용근 법무법인 태평양 베트남 법인 대표변호사는 “개정 투자법으로 M&A 투자 절차가 간소화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제 한국기업들도 차명법인의 실명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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