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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워도... 앙숙 메르켈도 "트위터 영구정지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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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계정 영구정지를 두고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사사건건 부딪쳤던 메르켈 총리마저 경계할 만큼 SNS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따른 ‘표현의 자유’ 논란은 점점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수석대변인은 이날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입법기관에 의해 제한 받을 수 있지만 사적 기업 조치에 따라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영구 정지를 문제 삼았다는 게 자이베르트 대변인의 설명이다.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앙숙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평가는 이례적으로도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줄곧 국제사회 주요 현안을 놓고 충돌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5년 시사주간 타임이 메르켈 총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자 “독일을 망친 인물을 선정했다”고 혹평했다. 취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건 반면,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과 개방주의를 견지하면서 안보와 무역 분야 등에서 적잖은 마찰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3월 백악관 집무실을 첫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기자들만 바라본 모습은 두 정상의 냉랭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018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메르켈 총리가 테이블을 두 손으로 누르며 정상들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사진도 미국과 독일의 팽팽한 대치를 대변했다.
이후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합의 등에서 탈퇴할 때 반대 의사를 밝히며 그를 저격했고,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정부에 통보하지 않은 채 독일 주둔 미군 수를 감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되갚음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기보단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향한 견제 성격이 짙다는 풀이다. 이날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국무장관 역시 민간기업이 대통령의 SNS 계정을 퇴출한 것에 대해 “충격적”이라면서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공공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위터가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정지 한 뒤 표현의 자유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제드 루벤펠드 미 예일대 교수는 이날 ‘빅테크(거대 IT기업)로부터 헌법을 구하라’라는 제목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계정 폐쇄는) 헌법 외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리바이어던(구약성서에 나오는 무소불위 바다괴물)’의 부상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후폭풍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정책에도 미칠 전망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위원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미국의) 9ㆍ11 사건이 전 세계 안보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듯, 우리는 민주주의에 있어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바뀌는 시기의 증인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온라인 네트워크 규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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