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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보물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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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고대유물 경매 브로셔에 소개한 작품 4점을 아무 해명 없이 슬며시 온라인 화면에서 지웠다가 문화재 당국과 고고학자들의 격한 비난을 샀다. AD 3세기 로마 대리석 토끼 조각과 청동 독수리, 그리스 화병 2점이었다. 출처와 거래 이력이 합법적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도난·약탈 유물을 경매에 내놓는다는 건 유력 경매회사로서는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그 유물들은 앞서 이탈리아 경찰이 한 악명높은 문화재 사냥꾼으로부터 압수한 유물 아카이브에 기록된 거여서 용케 확인됐지만, 세계적 경매회사까지 저 지경이니 감시망 바깥의 거래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물론 세계적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소장한 유물과 예술품 출처 및 수집 경위를 따지자면 이런 해프닝 자체가 위선이라고 해야 할 테지만.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이 2008년 1월 18일, '유프로니오스 크레이터(Euphronios Krater)'란 BC 6세기 그리스 도기 등 유물 21점을 이탈리아 정부에 반환한 것도 가히 기적적인 일이었다. 1971년 말 이탈리아 산탄젤로 인근에서 도굴된 '유프로니오스 크레이터'는 미국의 저명 골동품 딜러 로버트 헤트(Robert Hecht)에 의해 밀반출돼 1972년 메트뮤지엄이 120만달러에 사들인 작품. 높이 18인치에 지름 22인치의 그 도기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와인을 물로 희석시킬 때 쓰던 것으로, 검은 바탕에 붉은색으로 그림을 그린 '적회식(red-figure)' 기법의 선구자 유프로니오스의 현전 작품 27점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일리아드'의 한 장면, 즉 트로이 전쟁에서 숨진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의 시체를, 잠의 신 힙노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운구하는 장면을 그렸다.
2001년 헤트에게서 압수한 일기장에 그가 이 작품을 1972년 취리히발 뉴욕행 TWA 1등석 항공권을 별도로 끊어 싣고 갔다고 자랑삼아 기록한 게 반환의 계기가 됐다. 조사 당시 헤트는 자신의 일기를 '픽션'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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