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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고작 500명... '파스퇴르 나라' 프랑스가 백신 접종 더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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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백신(vaccine)이란 명칭을 처음 붙인 ‘파스퇴르의 나라’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선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동시에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개시했지만 3일까지 고작 500명이 백신을 맞았다. 그 이후로는 그나마 좀 늘어서 7일까지 4만5,000명이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각각 27만명, 41만7,000명을 접종한 이웃 독일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심지어 인구가 프랑스(6,700만명)의 1%에 불과한 룩셈부르크보다도 접종자 수가 적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백신 반대 여론과 불신을 프랑스의 코로나19 백신 기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프랑스 국민 다수는 정부의 백신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프랑스 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쉬’가 7,8일 이틀간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2%가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63%는 정부의 백신 접종 노력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는 프랑스 보건정책과 관련돼 있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프랑스 정부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백신을 맞기 전 의사에게 상담을 받도록 의무화했는데 이 정책이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국가 스캔들”이라고까지 부르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전날 공식 발표를 통해 더 많은 지역과 국민에게 백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접종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100만명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시점에서 정부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한다.
프랑스 국민이 유독 백신을 불신하는 데는 과거 사례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B형 간염 백신이 ‘다발성 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당시 정부는 곧장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의학계가 백신과 질병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음에도 말이다. 다음해 B형 간염 접종률은 급격히 감소했다.
또 2009년 신종플루 바이러스(H1N1)가 유행할 때 프랑스 정부는 백신 대량 접종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예상과 달리 대유행은 금세 잡혔고 백신 수백만 개가 폐기됐다.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에 한 제약사의 체중감량 약을 먹고 수백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져 의약품 규제당국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이는 한편에서 ‘백신 음모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심리학과 전염병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조슬린 라우드는 “프랑스 정부는 2009년 백신 접종 캠페인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지난 몇 달간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고 짚었다.
얼마 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중교통 이용 시 백신을 맞았거나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과도한 규제책은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불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장악한 가짜 뉴스도 프랑스 정부의 골칫거리다. SNS에 친숙한 젊은층이 오히려 가짜 뉴스를 부모나 조부모에게 전달해 백신 접종을 못하게 막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일선 의료진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해졌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세유에서 의료센터를 이끌고 있는 디디에 세일러는 “보건 전문가들이 적절한 훈련을 받는다면 접종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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