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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위안부 배상 판결' ICJ에 제소할까

입력
2021.01.10 18:00
수정
2021.01.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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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검토..."
일본 제소해도 한국 불응하면 재판 불성립
실익 없고 위안부 문제 국제이슈 부상 딜레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선 실익이 없다는 신중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ICJ 제소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ICJ는 국제법을 적용해 국가 간 분쟁을 중재하는 유엔 최고 법정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ICJ 제소는 유력한 대안”이라면서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경우 “입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처음 나온 법적 판단이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국가(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이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ㆍ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주권면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전날 강경화 외무장관과 전화 회담을 한 뒤 일본 언론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ICJ 제소 방침을 거론하진 않았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 추진 상황과 한국 정부 대응을 보면서 ICJ 제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ICJ 제소를 결정해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한 국가가 제소하면 상대국이 의무적으로 재판에 응하도록 하는 ICJ의 ‘강제 관할권’을 한국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제소를 해도 한국이 불응하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이 제소해도 한국 정부가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 측은 ICJ에서 다툴 경우 주권면제를 인정 받더라도 위안부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 보수진영은 이번 사안을 놓고 대응에 나서는 자체가 한국 법원의 재판권에 '복종'하게 된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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